
온라인 투자 사기 중 가장 치밀한 '피그 버처링 사기(Pig Butchering Scam)'가 동남아시아, 특히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국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이 사기는 피해자를 장기간 신뢰로 유인한 뒤 돈을 빼앗는 방식으로, 2024년 전 세계 피해액이 44억 달러(약 6조 원)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 회장 천즈(Chen Zhi)를 기소하며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압수한 사건은 이 범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기의 기원과 운영 방식
피그 버처링 사기는 2016년 중국에서 시작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남아시아로 확산됐다. 캄보디아와 미얀마의 '스캠 컴파운드'에서 강제 노동으로 운영되며, 인신매매로 유인된 피해자들이 고문과 폭행 속에서 사기를 실행한다. 사기 과정은 1~6개월에 걸쳐 진행되며, 소셜미디어와 데이팅 앱을 통해 접촉 후 로맨스나 우정으로 신뢰를 쌓고, 가짜 투자 기회(암호화폐·주식)를 제시해 돈을 빼앗는다. 2024년 FBI 보고에 따르면, 이로 인한 미국 내 손실은 124억 달러 중 33.2%를 차지했다.
치밀한 단계와 위험성
사기꾼은 '유인-신뢰 쌓기-투자 유혹-착취-도주'의 5단계로 진행한다. 초기에는 무작위 메시지로 접근한 뒤, 가짜 프로필과 감정적 대화로 피해자를 몰입시킨다. 이후 조작된 '수익'을 보여주며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출금 시도 시 "수수료" 명목으로 더 요구하거나 연락을 끊는다. 평균 피해액은 1인당 10만 달러 이상이며, 40~60대 중산층이 주 타깃이나 모든 연령층이 위험하다. 특히 감정적 트라우마가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경고 신호와 대처법
의심스러운 연락, 빠른 신뢰 쌓기, "비밀 투자" 제안, 가짜 앱 다운로드 요구 등이 주요 경고 신호다. 예방을 위해 알 수 없는 연락을 무시하고, 공식 거래소만 이용하며, 가족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시에는 즉시 은행이나 경찰(한국 112, 미국 FBI IC3)에 신고하고 증거를 보관해야 한다.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여행 자제를 권고하며 안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제 공조와 전망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 그룹 제재를 통해 범죄 네트워크 붕괴를 노리고 있으며, 북한 해커와의 연계 의혹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동남아시아 범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천즈의 도주와 네트워크의 은폐성으로 추가 추적이 시급하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미국의 1억 달러 보상 기금도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