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포씨유신문 김대중 기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러나 모두가 기다려온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긴 방황과 부상, 그리고 은퇴의 시간을 견뎌낸 앤서니 김(40·미국)이 마침내 필드 위에서 다시 포효했다.
■ 16년의 기다림, 앤서니 김의 ‘인간 승리’
15일(현지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랜지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리브 골프 애들레이드’ 대회 최종 라운드. 앤서니 김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낚아채는 신들린 플레이로 9언더파 63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를 기록한 앤서니 김은 욘 람(스페인)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5타 차 뒤에서 뒤집는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PGA 투어 휴스턴 오픈 우승 이후 무려 15년 10개월(5,795일) 만에 맛보는 감격의 우승컵이다. 챔피언 퍼트를 마친 앤서니 김은 그린 위로 달려 나온 아내와 딸을 품에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지난 세월의 소회를 대신했다.
■ 안병훈, 꾸준한 샷감으로 공동 24위… KGC 팀전 8위 수성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이어졌다. ‘코리안 골프 클럽(KGC)’의 캡틴 안병훈(35)은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24위에 올랐다. 지난 개막전 톱10 진입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꾸준한 기량을 과시했다.
김민규(25)와 대니 리(36)는 각각 7언더파 공동 32위에 이름을 올렸고, 송영한(35)은 4언더파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안병훈이 이끄는 KGC는 팀전에서도 8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 [김대중 기자의 눈] ‘세컨드 찬스’가 증명한 스포츠의 감동
앤서니 김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알코올 중독과 심각한 건강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앤서니 김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년 전 의사에게 살날이 2주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앤서니 김이 이번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선언한 만큼, 올 시즌 리브 골프의 판도가 더욱 흥미로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가능해 보였던 16년 만의 우승을 현실로 만든 ‘풍운아’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