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씨유신문=조우성 변호사] 법정에서 '입증 책임(Burden of Proof)'은 가장 무거운 짐이다.
그동안 캐디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스로 "나는 근로자입니다"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의 등장은 이 거대한 저울의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제도의 본질은 단순한 법적 기교가 아니다.
이는 '증명의 짐'을 약자에서 강자로,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넘기는 거대한 시대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그동안 우리는 표면적인 계약서의 형태에 갇혀 있었다. "당신은 개인사업자격으로 계약했으니 자유로운 사장님이다"라는 형식적 논리는, 종종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은폐하는 훌륭한 장막으로 쓰여왔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그동안 파편화된 노무제공자들은 거대한 시스템을 상대로 자신의 법적 지위를 증명하기 위해 캄캄한 미로를 헤매야 했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제는 이 철학적 전제를 완벽히 뒤집는다.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라는 것을 사회의 디폴트(기본값)로 선언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근로자가 아니라면, 그것은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용자 측이 증명하라는 뜻이다.
이는 인류가 노동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가 기계의 부속품이었다면, 오늘날의 근로자 추정제는 파편화된 플랫폼 네트워크 속 개인들을 사회가 어떻게 껴안을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응답이다. 골프장 등 기존 업계의 혼란과 진통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주먹구구식 아날로그 관행이 합리적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너 스스로 권리를 증명하라'던 야만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권리의 기본값을 약자의 자리에 놓는 이 철학적 전복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졌음을 알리는 가장 선명한 시대의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