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박정희가 주도했던 5.16 군사 반란은 당시 제3세계에 흔했던 여느 쿠데타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의 유신은 메이지유신 전후의 사무라이들과 황도파 젊은 장교들이 주도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던 ‘쇼와 유신’의 한국판 재탕이었다. 일본의 유신이 폭주해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병영으로 만들고 일본 국민을 인질로 삼아 위기에 이르렀듯, 박정희의 유신도 똑같이 국민 살해의 임계점에 도달했었다. 부마항쟁 당시 몇백만을 죽여도 괜찮다는 박정희의 뜻을 가까스로 막아낸 것은 의사가 아닌 최후의 유신 지사(志士) 김재규였다. 10월 유신은 1972년 10월 17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헌정 중단 사태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위헌적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제3공화국 헌법을 정지하며 일본 천황처럼 초법적 존재가 된 것을 말한다. 그는 유신 체제를 '한국식 민주주의'라며 포장했으나 5·16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명분처럼 정권을 민간에 이양할 뜻이 전혀 없어 보였다. YH 무역 사건과 김영삼 제명 파동이 터지고, 부마 민주항쟁도 일어나면서 유신 체제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사실 탄생과 몰락의 궤를 함께 하는 유신의 특성상 박정희 정권의 종말은 거의 정해진 것이 아닌가
동네에 성질 사나운 어느 이웃이 있다. 성품이 고약한데다 자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지 못해 종종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마저 받는다. 그 이웃의 바로 옆집은 무슨 생각에선지 자신도 어려운 주제에 물심양면으로 이웃을 돕는다.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몇십 년을 내리 도와주고 있다. 이때만 해도 그럭저럭 함께 어울려 지낼 만한 이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착한 옆집이 안 좋은 일을 겪으며 가세가 기운다. 도움의 손길이 멈추자 어려운 이웃은 오래 안 가 동네 골칫거리가 된다. 그 집 아이들은 동네 꼬마들과 툭하면 싸우고 어른들은 술에 취해 유부녀를 희롱하고 동네 사람들과 시비를 가리며 행패를 일삼는다. 동네 모든 안 좋은 일의 근원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어떻게 달래도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다. 결국은 오밤중에 칼을 들고 이웃집 담을 넘어가 도둑질하다 제지하던 사람을 해치기까지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익숙한 얘기 같지 않은가? 우리도 어려운데 누가 누굴 돕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겠지만, 이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는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십시일반 조금씩만 도왔더라면 동네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지만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외국에 여행을 가든,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을 만나든, 영어밖에 모르는 비영어권 사람을 대하든, 누구나 영어 한두 마디쯤 하며 살아가는 시대다. 그러나 당위성이 보편성을 이기지는 못한다. 누구나 해야 하지만 누구든 다 잘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게 영어이기도 하다. 이제는 전반적인 영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고 생존에서 생활로 사용 범위가 상향되면서 다양한 학습 욕구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여행지에서 사려는 물건의 값은 얼마인지, 당장 급한 화장실은 어디인지,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밝히는 등 생존에 필요한 영어를 배우는 단계를 지나게 되면, 논리적으로 구조가 잘 잡힌 회화를 해야 하거나 그보다 더 어려운 글로 표현해야 하는 작문 능력을 요구받는다. 이럴 때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동사+전치사 또는 부사가 결합된 구동사(Phrasal Verb) 표현이다. 전치사는 자동사와, 부사는 타동사와 결합하는 것으로 구별된다. 어쨌든 본래의 동사 의미보다 훨씬 세분되어 쓰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동사 look에 전치사를 붙이면 본래의 의미 ‘보다’에서 깔보다(~down on), 돌보다(
지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욕적이거나 혐오의 대상일 수도 있는 ‘백치’라는 단어와 그들을 잔인하게 고립시켜온 어두운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일부 독자들은 불쾌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가 이 용어의 사회적 함의와 유사어 및 진화해오는 과정, 그리고 지난 3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찾아내어 독자들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백치’라고 불린 사람들에게 가해진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잔인함뿐만 아니라 그저 정상적이지 않으니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격리 감금시켜 사회적으로 매장했던 폭력까지 들추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독자에게 묻고 있지만, 제대로 균형 잡힌 질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정신적 장애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가졌던 기괴한 편견과 이로 인한 결과를 감수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미쳤던 파괴적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논지는 사회가 그들을 능력주의의 굴레를 뛰어넘을 필요가 없는 순수한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 연구를 통해 지적 정신적 장애인들이 소외되어온 역사를 널리 알리고 바로잡아야 한
영어를 학습할 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청해(聽解)는 학습자의 영어 이해력과 발음 능력을 향상하는 좋은 방법이다. 영어교육 전공자로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습자에게 외국어로서의 영어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감히 조언해 본다. 첫째, 자신의 수준에 맞는 듣기 자료 또는 교재를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학습자의 독해력에서 거의 결정된다. 읽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무작정 듣는다면 이만한 자기 학대가 따로 없다. 만약 교재가 너무 어렵다면 쉽게 좌절하고 의욕을 잃을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쉽다면 학습의 진전을 이룰 만큼 충분한 자극을 얻을 수 없고 보다 높은 단계에 도전해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둘째, 문맥(context)에 주의를 기울인다. 학습자에게 익숙한 주제의 대화나 강의의 맥락을 이해하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맥을 빨리 이해하는 데에는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이 큰 역할을 하므로 평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주 접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중요한 내용이나 자주 쓰이는 표현(fixed/frozen phrase)을 들을 때마다 적어 둔다. 소위 굳어진 표현은 빠른 소통에 매우 편리하다. 핵심 사항을 적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고 있다.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장수 연령대는 100세 이상의 노인들인데, 그래도 100세까지 살기란 여전히 쉽잖은 일이다. 오늘날 가장 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도 천 명 중 한 명 미만이 그 정도로 오래 산다. 드물긴 하지만, 오늘날 생존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의 수는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의 쟝 칼망 이후 거의 4배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망하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모든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장수 기록은 물론 사라 크나우스의 119세 장수 기록 역시 깨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기대 수명 증가율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였는데, 일례로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2015년 이후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우리 인간은 비교적 오래 사는 생물일까, 아닐까? 인간의 장수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인간만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원근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을 통해 우리는 몇 시간에서 수천 년까지, 또는 그 이상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장수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영장류 가운데 인간은 가장 장수하는 편이지만 다
저자 톰 버틀러는 철학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힘이라 정의하며,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크게 생각하고, 존재하고, 행위하고, 인식하는 네 가지로 제시한다. 지금 우리에게 철학 필독서가 필요한 이유와 함께 철학 연구의 목적은 사람들이 생각해온 바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의 진실을 아는 데에 두고 있다. 철학서 읽기는 잃을 것은 하나도 없고 얻을 것뿐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세상에는 많은 배울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관심 가는 모든 분야를 널리 두루 읽을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도록 한 가지 예외를 만들어 낸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 톰 버틀러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덕분에 보상은 우리가 받게 되었다. 그가 저술한 경제, 정치, 자기 계발 등 50권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 해당 분야에 대한 훌륭한 개요를 제공한다. 독자들에게 더 많은 독서를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각 저자의 주요 내용을 식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보드리야르, 시몬 드 보부아르, 베르그송, 다비드 봄, 노암 촘스키, 푸코, 마이클 샌델, 슬라보 지젝 등 이 책에 언급
저자 프란스 드 발은 평생 유인원, 원숭이, 그리고 영장류 집단과 함께 일해온 영장류 동물학자이다. 자신의 연구 외에도 그는 끊임없이 다른 영장류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를 연구한 결과물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영장류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고,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그들의 성격, 능력, 활동, 약점, 문화를 발견한다. 영장류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들을 연구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영장류가 다른 많은 종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진실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종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언어와 몇 가지 다른 지적 이점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 정서적으로는 철저하게 영장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은 자연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으며,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들이 현재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환경과 군집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의 차이점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예컨대 일부 과학자들은 침팬지들의 공격성을 심하게 비난하
스페인 아라곤 태생의 예수회 신부인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도덕주의 작가이며, 유럽 정신사에서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특별하다. 로렌초 그라시안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번째 소책자 ‘영웅’(1647년)에서 그는 고상한 취향, 뛰어난 장점, 사교에서의 우아함, 자연스러움, 공감 등과 같은 20가지의 뛰어난 특성을 지닌 위대하고, 덕망 있는 이상적 모습의 남자를 그려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교계 사람’(1646년)이라는 책도 재능과 소질 사이의 신중한 관계 속에서, 말과 행동의 조화 속에서 그리고 현명한 선택과 분별의 기술 속에서 완벽하게 도덕적인 처신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손금과 처세술’(1647년)은 세상 물정에 밝은 태도에 대한 지시를 담고 있는 격언 모음집이다. 철학 소설 ‘불평꾼(1651-1657년)은 여행이라는 비유적 형식을 사용해서 인간이 세상과 자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비판적 환멸로 묘사하고 있다. 그라시안은 자신의 작품에서 독자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관된 미 이론을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그라시안의 사유는 한편으로는 관념적 형태의 후기 가톨릭 스콜라 신학의 철학적 전통에, 다른 한 편으로는 예수회의
필자 같은 유리 지갑 월급쟁이라면 응당 (매일) 한 번 정도는 부자가 되는 꿈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흔적도 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난 언제나 돈 걱정 좀 안 하고 사나 한숨만 쉬지 않으시는지. 그렇게 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면서도 막상 부자가 되고픈 꿈을 야무지게 가져보거나 제대로 된 부자의 개념이나 정의를 돌아보지 않는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듯하다. 갖고 싶은 것 다 가져보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돈 걱정하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라고들 하는데, 일견 동의하면서도 이거야말로 유일한 부자의 정의는 아닐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면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각자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는 독립적 인간이 되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 독립적 투자자가 마침내 성공합니다. (55쪽) 우리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감당하면서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별다른 과소비는 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돈 쓰는 습관이 잘못 들어 그리되었다고 이따금 자신을 옹호해 본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