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어느 시점이든 자신이 정확히 누구인지 궁금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 정체뿐 아니라 내 생각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거나, 자기 팔다리에 이질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고 육신은 나날이 썩어간다고 믿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정체성과 자아 확립 사이의 혼란을 겪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도 우리는 보통 기본적인 자아의식을 잘 지켜낸다. 또 한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뇌 손상을 입고 자신을 거의 잃어버리는 경우처럼 우리의 자아 감각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간과하기도 한다. 우리 뇌의 많은 부분은 자신이 온전히 자신일 수 있도록 서로 돕지만, 매우 사소한 손상이나 무해한 오작동으로도 완전히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류의 ‘비범한’ 인간 자아 여덟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장.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나는 누구인가? 우리 대부분은 자아, 즉 주체인 ‘나’를 변함없는 존재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몸과 마음에 애착을 느끼면서도 정말로 몸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아감은 우리 뇌가 공들여 일한 결과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 뇌가 적절한 자아 감각을 제공하
하나의 작은 우주라 불리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각기 다른 깊이와 느낌으로 인생을 배웁니다. 대개 나이와는 관계없이 그 정도의 차이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자 김민식 PD와 나이는 비슷한 50대이지만 삶의 궤적은 비슷한 듯 사뭇 다름을 발견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만은 않고,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을 하소연도 못 하고 끝내 참아내야만 했던 점도 비슷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 벌써 다섯 권이나 책을 펴낸 작가이면서도 사실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가 없어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은 가슴 뭉클합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합니다. 어느 길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내팽개친 꿈을 붙들어 주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순간에는 몰랐을 테지만 그런 날들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하죠. (51쪽)』 책 제목이 <외로움 수업>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외로움을 관리하는 정부 부서를 둘 정도로 외로움은 일찍이 인류가 겪지 못했던 질병의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저자의 어릴 적 아픈 추억과 어른이 된 이후에 겪는 쓰라
내가 사는 곳의 환경을 둘러보면 자연물보다 인공물이 훨씬 더 많다.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자연물이라 해봤자 정원의 흙과 나무가 고작이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는 병원에서 태어나 화장장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이 또한 인공물이다.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화학제품은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화학제품이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화학제품을 사용해서 얻는 편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 편리함에 취해 스스로 환경을 해쳐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쓰레기 섬이 등장하고 지하수와 모유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기상 이변에서 기상 위기로 격상된 요즘에서야 후손에게 물려 줄 지구환경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과연 화학제품을 포기할 수 있는가? 너무 늦어 포기할 수 없다면 대안은 있는 걸까? 저자의 간명한 논지는 서문에서 잘 밝혀놓았다.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화학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지구 생태계를 둘러싼 화학물질의 정체를 파악하고, 가장 유력한 해법은 물질 순환 회복에 있음을 알리며, 이를 실천에 옮기려면 지구 생태계 작동의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의 주범은
1988년 5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한참 훈련받던 어느 날, 새벽 3시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복통에 잠이 깨어 고통을 호소하자 조교들은 나를 의무실로 옮겨주었다. 놀랍지도 않다는 듯 잠이 덜 깬 시큰둥한 표정의 의무병이 약을 건네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토끼 똥처럼 까맣고 동글동글한 환약 대여섯 알을 삼켰다. 이제 곧 나아질 테니 눈을 좀 붙여두라는 말을 뒤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복통은 씻은 듯 사라졌다. 사실 그 명약의 정체는 의무병들이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던 ‘소화제’였다. 순간,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셨을 때의 느낌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 존 밀턴, 『실낙원Paradise Lost』 1970년대 후반 라오스에서 이주해온 수십 명의 건강해 보이는 허몽 족 청년들이 수면 중 연달아 사망하기 시작하자 미국 의료 당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원인불명 야면 돌연사 증후군’이라 불렀는데, 조사 결과 놀랍게도 사망 원인은 그들의 전통 주술(呪術)이었다. 밤이면 돌아다니는 사악한 악령 다초(dab tsog)가 희생자의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