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홀의 변호사 5] 골프의 승부와 우정 사이: 라이더컵의 영혼을 묻다
골프란 무엇인가. 공을 홀에 넣는 단순한 행위인가, 아니면 인간의 욕망과 품격이 얽히고설킨 드라마인가. 나는 골프 코스에 선 선수들의 손끝에서 튀는 흙먼지와 바람에 실린 긴장을 느끼며, 이 스포츠가 품은 깊은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라이더컵은 승부의 치열함과 우정의 따스함이 공존하는 무대다. 1969년 잭 니클라우스가 토니 재클린에게 건넨 ‘위대한 컨시드(Concede)’는 그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 대회의 본질은 흔들리기도 했다. 승부의 칼날 위에서 우정이 빛나던 순간과 그 빛이 흐려진 장면들을 되짚으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이더컵은 미국과 유럽의 골프 영웅들이 격년제로 맞붙는 대항전이다. 1926년, 브리티시오픈 전 미국과 영국 선수들의 친선 경기로 시작해, 오늘날엔 세계 정상의 12명이 3일간 혈전을 벌이는 무대가 되었다. 상금은 없고, 순금 트로피만이 승자를 기다린다. 이 대회의 이름은 영국 사업가 새뮤얼 라이더의 기증에서 왔고, 1979년부터 유럽 전체로 범위가 넓어졌다. 승부의 끝이 무승부로 끝난 적은 단 두 번, 1969년과 1989년뿐이다. 그중 1969년의 이야기는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