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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19번홀의 변호사 14] 5월 근로자추정제 시행, 골프장이 살아남는 법

입증책임의 전환 앞에서 골프장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포씨유신문=조우성 변호사] 5월, 무엇이 바뀌는가

 

오는 5월, 골프장 업계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도'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입법되면, 골프장과 캐디의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법적 지형 위에 놓이게 됩니다.

 

핵심은 입증책임의 전환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는 캐디가 "나는 근로자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야 했습니다. 마치 억울한 사람이 직접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는 반대로 골프장이 "우리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에 실패하면, 해당 골프장의 모든 캐디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됩니다.

 

판례가 말하는 캐디의 현재 지위

 

현행 법원의 입장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골프장 캐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골프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② 캐디 업무가 골프장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③ 보수를 골프장이 아닌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받고,

④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으며,

⑤ 내장객 감소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골프장이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⑥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골프장으로부터 구체적·직접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으며,

⑦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⑧ 업무를 소홀히 하더라도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순번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그러나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였습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은 개념으로,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든 상관없이 실제로 지시를 받았는지, 보수가 노동의 대가인지, 일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 실질을 따져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골프장이 캐디들의 근무 내용·시간·장소에 상당한 정도로 관여하고 있고, 캐디들이 완전히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이 점은 골프장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골프장은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즉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고, 이를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 근로자는 될 수 있는 이중적 지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추정제는 바로 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출발점을 바꾸는 제도입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추정제 시행 시 골프장의 리스크

 

캐디가 근로자로 추정되는 순간, 골프장이 져야 할 부담은 상당합니다. 최저임금 보장은 물론, 연장·야간·휴일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 납부 의무가 한꺼번에 생깁니다. 사실상 인건비 구조 전체가 뒤집히는 것입니다.

 

분쟁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지금은 캐디와의 갈등이 민사소송 수준에 머물지만, 근로자로 인정되면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나아가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의 판단 방향입니다. 법원은 이미 '안전 관리' 명목의 지시나 감독조차 근로자성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가 "캐디는 골프장의 필수 구성 요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적용 제외를 요구하고 있지만, 말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골프장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세 가지

 

그렇다면 골프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법조계와 노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방향은 '실질적 자율성의 제도화'입니다. 캐디가 실제로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제도와 기록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첫째, 계약 구조를 정비해야 합니다.

캐디와의 관계가 도급 또는 위임 계약임을 명확히 하는 서면 계약서를 갖춰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캐디가 스스로 업무 일정을 결정하고, 다른 골프장에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으며, 보수를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받는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대법원이 근로자성을 부정한 핵심 근거인 ③ 내장객 직접 수령, ④ 근로시간 미정, ⑦ 근로소득세 미납부 등의 요소가 실제 운영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둘째, 지휘·감독의 흔적을 없애야 합니다.

캐디 배치, 순번 관리, 복장 지도, 교육 실시 등 골프장이 직접 개입하는 모든 행위는 훗날 근로자성의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가능한 한 캐디 자치회 또는 외부 시스템을 통해 캐디 스스로 운영하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골프장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셋째, 증거를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캐디가 자율적으로 근무 일정을 잡고, 스스로 소득을 관리하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디지털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추정제 하에서는 골프장이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므로, 평소의 운영 방식 하나하나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캐디 스스로 보수 총액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직접 신청하는 등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디지털 데이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 선제적 대응이 생존 전략입니다

 

근로자추정제는 분명 골프장에 부담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동시에 골프장이 캐디와의 관계를 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수고용 보호 흐름 속에서 골프장은 자치회·자율시스템으로 프리랜서 논리를 방어하거나, 정식 고용으로 전환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모호한 관계를 그냥 내버려 두면, 추정제 시행 이후 단 한 건의 분쟁이 골프장 전체 캐디의 근로자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월이 오기 전에, 골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캐디가 근로자가 아님을 지금 당장 법정에서 증명할 수 있는가?"

 

그 답이 '아니오'라면, 지금이 바로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프로필 사진
조우성 변호사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컬럼 작성과 강의를 하며, 팟 캐스트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고전탑재'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및 법학대학원 수료
사법시험 33회
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소송부 파트너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분쟁조정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
법무법인 한중 파트너 변호사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자문 특별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내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
법률사무소 기업분쟁연구소(CDRI)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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