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른이 되면 잘 노는 법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일단 일과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 우리의 시간은 삶의 압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 소비되고 놀이는 도중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단순히 과음과 흡연 등으로 자기 몸을 해치며 흐지부지 없어지는 ‘유흥’의 시간과는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지한 세상에서 가볍게 사는 힘’으로 유쾌 지능을 정의하는 저자는 "아이들은 항상 노는 상태로 사는 반면 어른들은 따라잡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태로 살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놀이를 재발견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쾌 지능은 삶을 마냥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책임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조금 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의 삶을 즐길 방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유쾌함의 다섯 가지 주요 특징, 즉 상상력, 사교성, 유머, 즉흥성, 그리고 경이감을 파악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이들 자질의 사용법을 잠시 잊어버렸을 뿐,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1. 상상력. 상황을 재구성하고 공감하는 능력 상상력은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도피행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나에게 26명의 지휘관(로마자 알파벳의 은유적 표현)을 준다면 세계를 정복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세계의 절반가량을 정복했고 설득력 있는 사상으로 구성된 그의 저서들은 실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침묵의 봄'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어느 해양생물학자부터 ‘아랍의 봄’을 시작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의존했던 수천 명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자기 생각과 열정, 관심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우리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세상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사람의 글쓰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각자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독특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급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지침서라고 하여 단순히 문장을 어떻게 조합하는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글을 통해 어떻게 힘을 얻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방법, 영혼을 키우는 방법, 정직해지는 방법을 독자와 함께
덴마크의 저널리스트와 한국의 출판인이 3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책을 기획하여 마침내 펴냈습니다. 학교에서 ‘삶’을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면서, 실제 덴마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동시에 훌륭한 교사상을 받은 10명의 덴마크 교사들이 이 땅의 교사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실었습니다. 얄팍하고 쉽게 읽히지만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접하면서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늘 해답이 있음을 확신하면서 늘 던져왔던 질문인데, 그들에게는 현재 진형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해결책을 논의할 뿐 실행시키지 못하는 공허한 질문인 것만 같았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열 가지 질문들은 공교육의 모든 교육적 노력과 의미가 궁극적으로는 대학 입시 하나로 귀결되는 비현실적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에게 어쩌면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을 받을 수 있기는 하되, 해답의 열쇠는 교사들이 쥐고 있는 게 아니란 생각에 무기력감만 더해옵니다. 수학도 즐거울 수 있다지만 수학 포기자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점차 늘고 있
저자 웨인 다이어는 현존하는 최고의 자기계발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른 많은 자기계발 작가들이 물질적 측면을 즐겨 언급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정신적 차원에서의 행복과 성취감을 강조합니다. 일부 독자층에서는 그가 정신적 차원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소위 ‘정신승리’에 도취한 것이 아닌가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영적인 스승으로 널리 사랑받던 그가 생전에 썼던 글과 연설 일부를 엮어 2019년에 출간한 것으로, 저자는 그보다 앞선 2015년 명을 달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작고한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인생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대부분 현재진행형으로 읽힙니다. 아무래도 그의 조언이 공감을 얻어 독자들의 삶과 함께한다는 뜻이겠지요. 그의 가르침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 일부를 발췌해 보았습니다. -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을 대하는 법을 일러준 방식대로 대우받는다. - 우리는 스스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 우리의 생각, 감정, 기대, 태도가 우리의 세계와 삶을 만든다. - 우리의 실체는 육체, 정신, 직업, 국적, 인종, 종교 등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저 이 모든 것들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일
지금껏 사귀어오던 그녀가 돌변했다. 내 능력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금까지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요구하면서 더 이상의 연인 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친구로 남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내 이름은 20세기, 그녀의 이름은 21세기다. 저자가 ‘새로운 처음’형 충격이라 정의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이런 대사건은 듣도 보도 못한 충격과 함께 피해 규모도 증가하며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 지혜, 경험 등으로 예측이 어렵고 예측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더욱 난감하다. 특히, 지구 방위대를 자처해온 빅 브러더 미국은 지난 2001년 미국 정부에 베트남전 철수와 맞먹는 모욕감을 안겨준 9.11 테러를 겪으면서 자국은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어도 타국으로부터 영향은 받지 않는다는 중심주의 세계관에 기초한 안보 주권을 훼손당했고,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실패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무기력을 드러냈으며,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등을 겪으면서 최첨단이라 믿고 있던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게 되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호
흔히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주제나 소재를 막론하고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제목처럼 패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 온 국제 ‘선수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름이 한두 번 스쳐 지나가듯 언급되는 데 대해 살짝 섭섭한 나머지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일 거란 짐작은 개인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이 선수들이 경쟁을 벌여온 패권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자는 육지-바다-하늘-인터넷으로 형성되며 변화해온 세계사의 주 무대 형성을 주도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질서의 중심축에 있는 나라를 패권 세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육지 패권의 시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농경민, 목축민, 상인, 기마 유목민 등 다양한 계층의 주인공이 등장하며 페르시아와 로마 제국, 중국 전국시대 왕조, 이슬람의 압바스 왕조를 거쳐 몽골제국까지 이어집니다. 이어 바다의 패권은 해상교역과 식민지 확장 위주로 450년간 군림했던 주연 영국과 조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현재에 와서는 하늘의 패권을 두고 신흥강자 미국과 전통고수 중국이 용호상박의
스토이즘을 전공한 철학 교수가 일반 독자들을 겨냥하여 매우 간결한 스토이즘 안내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시중에 스토이즘에 관한 많은 책과 기사들이 넘쳐나긴 하지만 불행히도 이들이 종종 철학을 고리타분한 논리학 정도로 잘못 인식시키는 바람에 철학 서적을 강력한 수면 유도제로 변신시키고는 하지요. 그러나 저자는 스토이즘에 대한 주된 오해를 직설적이고 권위 있게 다루면서도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아마 무덤 속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이 책의 가벼운 분량에 고마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일이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지 돌아보거나 혹은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는 부분이 있었는지 한 번쯤은 물어보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렵고 힘들수록 철학이 답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스토이즘이 우리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책방 서가에 스토이즘 관련 서적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스토이즘 철학자들은 정확히 무엇을 말했던 걸까요? 저자는 로마 스토익의 거두인 세네카, 에픽테투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핵심적인 생각을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엮어 그들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일단 세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면역학의 역사와 기초를 이해하고, 무너진 면역체계의 위험성을 깨우치며, 마음이 따뜻한 괜찮은 의사를 알게 된다. 대부분 내용은 의학적 발견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복잡한 임상 치료법으로 가득하지만, 두꺼운 분량에 비해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독자들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성을 기울여 설명한다. 그는 스포츠, 전쟁, 경찰 등 설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와 적절한 은유와 직유를 사용하여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이 점차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독자에게 이 책은 의학전문 학술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면역 및 자가 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임을 상기시키고자 저자는 제이슨, 린다, 메러디스, 밥 네 명 환자들의 치료 여정을 나누어 담아내고 있다. 그는 또한 산뜻한 유머를 자유로이 구사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그의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관심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면역학 분야가 닭 한 마리로부터 유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유머에 거부감을 느낄 독자는 거의 없지 싶다.
회사의 아침 회의에서 멀쩡하게 얘기를 주고받던 중, 정전으로 화면이 꺼지는 텔레비전처럼 나도 모르게 앉은 채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회의가 지루해서 졸고 있는 줄 알았을 겁니다. 1분쯤 지나 정신을 차려 보니 바로 위 직급의 상사가 쯧쯧 혀를 차며 비웃듯 이렇게 말합니다. “도대체 그런 형편없는 체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꼭 동생 같아서 아끼는 마음에 한 소리랍니다. 글쎄요, 친동생이라면 어디가 아픈지부터 물어봤겠죠. 아침 일찍 열린 거래처 기술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업무상 필요하니 듣기는 하는데 문과 출신이라 어려운 기술용어는 외국어나 한가지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움직이느라 긴장이 풀리면서 덥고 답답하고 어둑한 강당 구석에서 잠시 졸고 말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사장님이 조용히 저를 불러내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거래처 직원들 다 보는데 졸음이 오나? 만약 나한테 권총이 있었다면 바로 쏴 죽였을 거야!” 그에게는 직원의 상태보다 거래처의 눈에 비치는 대표의 체면이 더 중요했을 겁니다. 사장님이 졸았더라도 거래가 끊기거나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는 기면증
이제 막 상경한 듯, 주머니에 단돈 10만 원뿐인 초라한 행색의 사내가 강남 버스터미널에서 전화로 택배 일자리를 얻는다. 그가 맡게 된 택배 구역의 동네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된다. - 사실 이 바닥이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죠. -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죠. (16p) 택배기사를 구인하던 택배업체 사장 바나나 형님과의 첫 통화를 보면 그는 몸을 써서 살아가는 삶의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건사할 만한 능력과 생각을 지닌 그로서는 적어도 정신세계만큼은 아직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된다는 것. 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 (70p) 비 오는 날 배송 물품의 포장이 물에 젖었다며 안 받겠다고 갑질하는 옷가게 사장을 그는 이런 생각으로 바라본다. 갑과 을을 지나 병이 정을 하대하는 환경에서도 그는 스스로 돼지와 동급이 되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작품이 점점 흥미롭게 다가온다. -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 이런 걸 착취라 하고, 눈 뜨고 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