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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39]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글쓰기의 힘을 느껴봅시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나에게 26명의 지휘관(로마자 알파벳의 은유적 표현)을 준다면 세계를 정복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세계의 절반가량을 정복했고 설득력 있는 사상으로 구성된 그의 저서들은 실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침묵의 봄'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어느 해양생물학자부터 ‘아랍의 봄’을 시작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의존했던 수천 명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자기 생각과 열정, 관심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우리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세상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사람의 글쓰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각자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독특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급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지침서라고 하여 단순히 문장을 어떻게 조합하는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글을 통해 어떻게 힘을 얻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방법, 영혼을 키우는 방법, 정직해지는 방법을 독자와 함께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삶이 우리에게 부여한 근원을 찾으면서 독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픈 마음을 서술합니다. 또한, 전문 작가가 되기 훨씬 전에 그녀를 변화의 대리인으로 이끌었던 초창기 시절을 말합니다. 

2부는 첫 문장 쓰기부터 퇴고에 이르는 '글쓰기 과정'을 다이빙하고, 헤엄치고, 더위를 식히는 수영에 비유하면서, 사실은 많은 사람이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관찰력과 언어 능력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불확실성을 용인하고,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자기 의심과 씨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비판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가난, 외로움, 고뇌 이외에도 "세상의 총체적인 무관심 앞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아마 확률적으로 학업을 포기했던 학생이 공부의 의미를 깨닫고 국립대학에 수석 입학하는 것보다 어렵지 싶습니다. 

독자로부터 행동을 이끌어내는 무척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애초에 우리가 왜 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139쪽)

3부는 글쓰기에서 ‘행동으로 옮기기’ 단계로, 편지 쓰기, 좋은 연설하기, 감동적인 개인 수필 쓰기, 효과적인 블로그 콘텐츠 게시 방법에 대해 조언합니다. 이 모든 것을 우리 인간의 상태를 향상하게 시킨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연설에 관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연설에 앞서 읽어볼 때마다 훌륭한 참고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곁다리로, 작은 단원의 처음과 마무리마다 주황색 격언과 사회 정의에 관한 멋진 인용구를 읽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 않습니다.

독자를 설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154쪽)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피력합니다.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마음을 열게 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반복적으로 상대를 지적하는 무기 역시 자기 목소리입니다. 지금껏 사실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더는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도 자기 목소리이고, 진정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를 묻는다거나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 역시 자기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일지는 몰라도, 누구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 이유다. (184쪽)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임을 표방하는 동시에 저자는 글쓰기에서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확실히 좌파(?) 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세계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지친 영혼들로 넘쳐나는 지구 구조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저자의 상담 치료사로서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고유한 스타일로 글쓰기’의 사례로 제시된 ‘미스터 USA에 대한 평가보고서’입니다. 미국이라는 국가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결투를 벌인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다중 중독으로 고생하는 환자로 의인화한 후, 날카로운 진단과 흥미로운 해석으로 어떻게 하면 구조대의 역할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이자 글쓰기 지침서인 동시에 독자에게 영감과 용기를 북돋우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작가들에게는 우리 독자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쓴 이야기, 시,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블로그 게시물, 저서 및 연설문 등을 통해 단 1밀리미터의 작은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작고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에도 공기의 이동이 발생하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움직임도 심오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안네 프랑크의 일기’로, 12살 소녀의 일기에 불과했던 글이 어떻게 시대를 통해 울려 퍼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즐겨 인용됩니다. 한편 저자는 "모든 글쓰기는 적어도 세계의 작은 부분, 또는 어떤 사소한 방법으로든 독자의 기분이나 특정 종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변화를 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원고지 건너편에 청중이 있다는 책임 의식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표현입니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단순한 어휘만 갖고도 글을 잘 썼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명확한 사고와 간결함이 합쳐지면 글의 힘이 극대화된다. (231쪽)

인간의 언어가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이자 실제 개인의 삶, 공동체, 그리고 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단어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글 쓰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고쳐 써야 할 여지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이며 열정적인 활동가인 저자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시사적 사안의 진실성과 중요성을 이해시킬 수 있으며, 적절한 형태의 글과 어조가 잘 파악될 수 있는 명확하고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상담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초원을 계속 자연 상태로 보전하기, 이민자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실패한 접근법뿐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한 사례를 제시하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통찰력을 공유합니다. 저자는 또한 효과적인 연설, 시와 음악의 특별한 힘, 그리고 자기 공개에 대한 긍정적-부정적인 영향 모두에 대한 적응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조언 가운데 일부는 특히 직업적인 글쓰기에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누구라도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으며, 초보자뿐 아니라 노련한 전문가들도 이 책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눈곱만큼이라도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글을 씁시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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