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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8]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 자가 진단 지침서

한 권의 책은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창문이 크고 많을수록 세상이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유선종 엣지리뷰] 코너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나 자신을 위해 읽어두면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감정의 트라우마, 우울증

 

만약 자신의 우울증을 호소하며 심리치료사를 찾은 내담자들이 사실은 우울증이 아니라면? 그들이 받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정확하다면 치료제를 복용한 후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어야 옳았다. 내담자들에게서 발견되는 한결같은 공통점은 약물과 인지행동 치료가 아닌, 어릴 때 심하게 겪었던 감정의 트라우마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두는 방어기제를 지니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다 어른이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탁월한 식견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를 만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거듭하여 마침내 성공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가 1장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감정의 과학적 도구인 ‘변화의 삼각형’을 잠시 살펴보자.

 

우선 역삼각형을 그리고 위 왼쪽 꼭지점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방어, 억제감정, 핵심감정이라 이름을 붙인다. 방어는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모든 행위이며, 억제감정으로는 불안, 수치심, 죄책감이 있다. 아래 쪽 핵심감정으로는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기쁜, 흥분, 성적 흥분이 있으며 직각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면 진정한 자기의 열린 마음 상태, 즉 평온하고 호기심 있고 연결되고 연민을 느끼고 자신 있고 용기 있고 명료한 상태가 된다. 핵심감정에 충실해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이와 단절된 경우 사람은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늘 불안한 상태로 머물면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지속되는 상태를 사람들은 우울증이라 생각하며 심리치료사를 찾기에 이른다. 

 

 

저자가 말하는 치료의 단계를 거칠게 표현하면 이렇다. 우선 내담자의 핵심감정을 풀어주어 몸과 뇌의 감정 경험을 바꾸도록 하며(2장) 어릴 적 겪었던 트라우마를 마주보게 하여 마음의 바닥으로 내려가 보는 시간을 가지며(3장) 드디어 일곱 가지 핵심감정을 만나 내담자가 억압해온 마음의 파도에 자신을 맡기도록 하고(4장) 지독한 억제감정의 출처를 밝히며 이들에게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며(5장) 내담자가 회피를 위해 선택해 온 방어기제를 걷어내도록 도와주며(6장) 마지막으로 내담자를 열린 마음 상태로 이끌어 진정한 자신을 만나도록 한다(7장).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뉴욕타임스 신문에 게재했던 ‘그게 꼭 우울증인 것만은 아니야’라는 칼럼을 엮은 것으로, 당시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심리치료학계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임상사회복지사이자 공인 정신 분석가로서 자신의 임상경험과 이론을 집대성하고 이를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라 명명하였다.

 

이 요법의 핵심은 우울증에 대하여 거의 약물치료 대증요법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통의 이유’를 찾아가는 감정중심 심리치료의 힘에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저자가 쉽지만은 않은 심리치료 도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제대로 된 심리치료가 필요치 않거나 혹은 접해 볼 기회가 거의 없던 독자층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 스스로 사용 또는 적용해볼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치료 방법의 가장 계몽적 면모를 보여주는 다수의 임상 자료를 통해 그 자신이 매우 열정적이고 유능한 치유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칫 따분하기 쉬운 치료법에 ‘변화의 삼각형’ 개념을 도입하여 자가진단, 더 나아가서 자가 치유가 가능한 모델을 챕터마다 제시하였다.

 

이는 마치 수험서의 연습문제를 풀 듯,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확인하고 적어볼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초등학생용 활동 책(workbook)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변화의 삼각형 각 꼭지점마다 해야 할 일을 적어두어 최신 지침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의 교양과 상식을 넘어 이 책의 응용분야를 넓혀본다면 심리치료사, 심리학 전공자, 사회복지사 훈련생 등의 교과서 역할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비록 공간적 배경은 미국이지만 등장하는 방문 상담자들과의 대화내용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고 또한 일어났던 녹취기록으로, 아마 원서로 읽게 되면 더욱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한 대화체일 것으로 짐작된다. 모처럼 쉽게 이해되는 마음 들여다보기 책으로 일독을 권한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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