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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57] 그린 스완(Green Swan)

기후재앙과 후대에 물려줄 지구 환경을 생각하다

 

2020년 갑작스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삶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요식업과 여행, 관광산업을 비롯하여 특히 사람이 군집을 이뤄야 하는 모든 종류의 업종이 타격을 입었고, 소비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산을 멈춘 제조사들의 매출이 폭락하는 등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는 것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 부른다.

 

이와 비슷한 경제 용어로 최근 그린 스완(green swan)이 등장했다.

 

지속가능성의 대부라는 별명을 지닌 이 책의 작가는 지금까지 관련 분야에서 20권의 책을 썼으며, 지난 30년간 기업 책임 운동의 핵심으로 묘사된다. 그의 최신 저서인 이 책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자본주의의 변화를 모색한다. 그는 문제와 해결책을 검정, 회색, 녹색 3개의 색상으로 분류하고 식별한다.

 

‘블랙스완’ 용어는 미국 뉴욕대 교수 나심 탈레브가 2007년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일찍이 찾아볼 수 없던 검은 백조가 호수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처럼 경제 영역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일어나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탈레브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 미국의 초대형 주택담보대출 사업자들이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사건)를 예측하면서 ‘블랙 스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유명해졌는데, 이후 미국의 9·11테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코로나19로 인해 초래된 경제 위기에도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스완이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색깔별로 구별하고 ‘위기’로 바꾸어 읽으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블랙 스완(black swan): 발생 확률이 매우 낮아서 예측하거나 대비하기 상당히 어려우며 일단 발생하면 경제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경제), 홀로코스트와 HIV 바이러스(사회), 곤충 멸종 사태와 세계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환경) 등.

화이트 스완(white swan): 예측이 가능함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반복되는 위기 상황.

그레이 스완(gray swan):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나 위기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그러한 문제가 지속하는 상황.

그린 스완(green swan):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책이자 긍정적이며 기하급수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해결책. 초기 단계의 개념, 사고방식, 기술, 도전, 혁신 또는 궤적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선악의 방향성을 가르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개념. 휴대용 전화 기술과 인터넷 보급, 태양열과 풍력발전, 전기 자동차(경제), 의무 교육 시행과 백신 기술, 환경 보호, 사회적 기업, 성장 투자 중시(사회), 환경호르몬과 오염, 지속가능성, 순환 경제, 생체 모방(환경) 등.

그린 스완은 사회와 사람, 지구에 이로운 기술이며 미래로 갈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라 한다. 이따금 그린 스완이 블랙 스완으로 변하는 사례도 있다. 엔진 노킹 방지 기술이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무연 휘발유는 획기적인 발전이자 차량 연비 향상의 핵심으로 주목받았으나, 도심지 어린이들에게 납 중독을 일으키면서 블랙스완으로 판명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안전성과 여러 유의미한 이점을 지닌 화학물질로 주목받던 클로로플루오로카본(CFC)의 일종인 프레온(Freon)이 있는데,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준 유일한 유기체로 묘사됐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는 유명한 화학자 토마스 미글리 주니어가 개발하여 100개 이상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그는 GM과 듀폰을 위해 일하기도 했다.

 

인구가 수십억 명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인류세는 계속된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어느 시점부터 지구는 인류를 먹이고 인류가 초래하는 피해를 흡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점을 넘어서면 사악한 문제, 그레이 스완과 블랙 스완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151쪽)

저자는 특히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새로운 질병인 비만을 부르는 살인자 칼로리, 슈퍼버그 문제를 초래하는 항생제의 남용, 기온 급상승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 심각한 증가세의 우주 쓰레기 등 다섯 가지를 지구 전체에 닥친 위협 상황이라 지적한다. 그가 지목하는 플라스틱 하나만 보아도 인류는 이미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휴대폰, 노트북, 포장재, 물병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조각 하나하나가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재활용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립 차원을 넘어 바다로 유입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은 야생동물의 생존에 끔찍한 위협이 되며, 소금물과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태평양 환류 지대처럼 해류가 만나는 곳마다 이미 거대한 쓰레기 섬이 여럿 형성되었다. 세계보건기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부 생수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있으며, 가정용 수돗물은 물론 북극의 얼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는 인간 젖먹이의 생애 첫 영양분인 모유에서도 발견되어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우리가 실제 이런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동안 지구의 건강은 계속 악화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이런 재앙적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며 이를 직접 나서서 해결할 당사자는 기업이라 말한다. 이는 기업이 존립하기 위한 이윤 창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미래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 정신으로 퓨처 핏(Future Fit) 개념을 제시한다. 기업이 전 세계 경제의 엔진이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을 독려해 그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르듯, 기업이 퓨처 핏 수준에 이르는 과정은 전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에 저자는 기업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내부적 스완(위기)을 극복해가는 다섯 개의 과정을 소개한다. 거부(블랙스완 또는 그린 스완의 가능성 수용을 거부함. 삼성전자의 백혈병 발병 인정과 노동자 배상 과정), 책임감(여전히 현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FAANG), 복제(더 나은 변화를 위한 대승적 협력관계), 회복력(지역사회, 도시 및 운영 국가의 붕괴를 회복), 재생(모든 사람과 지구의 개선을 위해 모든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이 그것이다. 단계가 좀 복잡해 보여도 저자가 말하는 접근법의 뉘앙스를 간단히 말하자면 ‘미래형 기업 발굴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그는 능숙하게 개념을 설정하고 현재의 사고방식을 이야기한 다음 개념과 논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예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현재 환경이 미래와 직면할 때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사항은 기업만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가 번영해야만 기업도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를 보호하라고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 (251쪽)

끝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기술의 빠른 진화는 흥미로우며 우리가 금세기에 직면하는 많은 중심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으므로 매우 희망적이라 말한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재앙은 우리 모두를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우리뿐이라는 결론을 거듭 확인하게 될 것이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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