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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 엣지리뷰 58] 스토아적 삶의 권유

삶을 살아갈 용기에 관한 책

 

스토아학파라는 명칭의 어원은 큰 건물의 주랑 또는 회랑, 즉 기둥이 늘어선 사이의 복도를 뜻하며 강당이라는 의미도 있다. 강의가 이루어진 장소가 주로 강당의 기둥 사이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로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노예 출신의 에픽테투스, 로마 공화정의 의원이었던 세네카 등이 있다.

삶의 질은 생각의 질에 달려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흔히 우리는 많은 청소년이 어디로 이끌어가야 할 지 삶의 방향을 잃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부당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건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이가 들었어도 문제의 범주는 여전한 것 같다. 나이 듦과 지혜로움이 늘 비례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몇십 년 걸리는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일찍 깨달을수록 인생이 행복하다는 점만큼은 절대적으로 맞는 얘기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면서 좋은 삶을 사는 기술이다.

- 에픽테토스

무지갯빛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개인의 욕망을 실현할 방법을 알려주겠노라 약속하기 바쁜 값싼 인생 제안서와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으로 상징되는 스토아 철학 책의 출간은 완전히 역주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역효과를 특기로 하는 저자와 그의 책이 있다. 저자는 스페인의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로서 스토아주의에 천착해왔으며, 오랜 훈련 경험으로 훈련자의 몸보다 마음의 굳건함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토아 철학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적용하였다. 약한 정신으로는 절대 강한 몸을 만들 수 없으니 몸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많은 어려움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큰 어려움은 당신 안에 있다.

당신이 당신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 세네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다.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 대부분에 대해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저 마음을 다스리는 힘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의견이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관점이다. 그래서 현실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이야말로 지혜의 미덕이다.

가치 있는 걸 말하는 것과

가치 있는 걸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 에픽테토스

 

이처럼 미덕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 용기이며 이는 결과와는 무관하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렵더라도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지혜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이성을 흩트리고 미덕을 방해하는 비합리적이거나 과장된 감정을 정념이라 보았다. 욕망과 두려움, 분노에 사로잡히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감정의 불균형을 인간 고통의 병리학적 원인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사건들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자기 생각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 에픽테토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우리의 인식과 행동뿐이다.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에 대해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느냐 조바심을 내고 분통을 터트릴 필요가 없다. 걱정해 봐야 불안과 좌절만 용솟음칠 뿐이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게 힘과 노력을 쏟으라고 말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존중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라는 교훈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바꾸는 데 집중하며, 결국 이것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최선의 전략이다. 스토아학파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며 그곳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자신의 손에 달리지 않은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계속 사는 법을 배우라.

- 세네카

 

이 책을 읽고 가장 마음에 닿은 내용은 ‘용기’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누군가의 주선으로 따라나섰던 모처럼의 원거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신은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은데 왜 당신은 여행 가자는 말을 그리도 어려워하느냐는 옆지기의 질문을 받았다. 순간 자아비판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곤혹스러웠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 건넨 대답은 결국 ‘용기가 부족해서’였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냥 과감히 떠나는 용기 말이다. 그리 멀리 오랫동안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만이라도 몸과 마음의 활력을 불어넣을 여행일 뿐인데, 다녀오고 나서 얻을 많은 것에 비해 들어갈 비용이 늘 부담스러워 참다못해 말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버린 그 용기 말이다. 지금껏 여행 떠나기가 부담스럽고 두려웠지만, 그로 인해 반려자가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복감이 나에게도 전해진다면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길을 나설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빙충맞던 자신을 추슬러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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