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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44] 말의 결

말할 때는 당당하게, 들을 때는 신중하게.

 

“네 말은 왜 늘 부정적인 거냐?”

20년쯤 전 일이다. 업무차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협력사의 엔지니어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었다. 거의 반년 정도 매일 이른 아침 호텔에서 차에 태워 종일 현장 일을 같이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이 터울도 많지 않은 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친구의 입에서 필자의 부정적 언사가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뭔가 아차 싶었다. 세상에, 내 말이 그렇게 부정적이었다고?

 

이 책을 받아 든 바로 그날도 필자는 사소한 일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던지듯 내뱉는 말투로 당신은 이런저런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바보짓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 헛똑똑이는 안타깝게도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말은 곧 생각의 표현이라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말투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이를 재건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어설픈 표현력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어눌함의 삼단 콤보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건만, 갚기는커녕 매일 고리 사채를 더 얻어쓰고 있다. 말 해봐야 본전도 못 찾으니 자연히 말 수는 줄어드는데, 대화의 단절은 곧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고 하니 말을 아예 안 할 수도 없어 고민이다.

 

​사실 말하기란 스타워즈 제다이의 포스처럼 대단히 정교하고 어려워서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과 청자(듣는 사람)와의 관계나 상황을 생각하고, 상대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어떻게 하면 말 한마디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러한 연습의 바탕에는 자신의 말버릇을 먼저 파악하는 단계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위의 사례처럼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나쁜 말버릇을 깨닫게 되면 다소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발전적 결과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 여겨진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왜 말실수를 하게 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면서 어떤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는 말 습관을 살펴보고(1장), 갈등의 발화점이 되는 다양한 말실수 사례와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 즉 호감을 끌어당기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화법을 제시하며(2장)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호감 가는 사람들의 매력적인 말 습관이자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말의 결을 다듬어본다(3장). 구어체 표현으로 쉽고 빠르게 읽히는 본문과 더불어 풍부한 대화체 사례들은 어떤 상황에서의 대화일지 충분히 상상하고 적용할 수 있으며, 일부 소제목의 끄트머리에 효과적인 말 습관 향상을 위한 알짜배기 조언이 눈길을 끈다.

이길 확률이 희박한 말다툼 직후 살짝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읽다 보니 저자의 조언들이 유난히 아프게 와닿는다. 특히 말은 두 배로 줄이고 듣기는 두 배로 늘리라는, ‘말하기 30% 듣기 70%’ 원칙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도 한 상자 챙겨주면 최소한 말로 인해 피곤하고 힘들어지는 상황은 모면하리라 확신한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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