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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4] 밀레니얼 선언

밀레니얼 세대, 제대로 알고 이해해보자.

한 권의 책은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창문이 크고 많을수록 세상이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유선종 엣지리뷰] 코너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나 자신을 위해 읽어두면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밀레니얼 세대, 제대로 알고 이해하자.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2022년 기준 22세부터 42세를 아우른다. 이 용어는 미국의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2011년 펴낸 <X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흔히 세대론을 말할 때 각 세대의 특징을 드러내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는데, 우리 식으로 연도별로 정의하자면 1955~1965 ‘베이비붐 세대’, 1965~1975 ‘386세대’, 1975~1985 ‘X세대’라 할 수 있고 그 이후는 N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로 나누어 부르지만, 그냥 밀레니얼 세대로 대신해 부르기도 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수는 18억 명 이상으로 전체의 25%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형성하는 등 소비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의 성향과 생활방식이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화 등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미래의 방향에 주류를 이룬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비록 미국이란 나라의 밀레니얼 세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가장 미국화된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무척 많이 겹쳐있다. 저자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면서도 블랙 코미디 어조로 자신들의 현실을 잘 들춰주고 있다. 목차만 읽어보아도 밀레니얼 세대의 실상을 얼추 이해할 수 있다. ‘Human Capit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원제처럼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인간 ‘자본’으로 길러지며, 한 번 이탈하면 복귀할 수 없는 단선 선로에서 무한경쟁의 시장에 내던져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점 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리어 더 안 좋은 경우도 많은 작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연령대별 특징

10대 : 산업혁명 시기 같았으면 진작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내몰렸을 테지만, 지금의 10대는 고난의 삼춘기(tween)를 지나면서 공부라는 아동노동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고 살인적인 학습계획에 따라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해 공부하는 기계의 삶을 강요 당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으나 인생의 행복감이나 만족감은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일상적인 억압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한 비참한 심정에 아이들은 공감하고 있었다. (중략) 이후 살펴보게 되겠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우울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미국에서 아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확연히 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십 대가 즐기는 몇 안 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니, 이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72쪽)

 

20대 : 죽어라 공부한 결과 대학에 진학하여 대출을 받아가며 역시 죽어라 노력하여 졸업장을 따기는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유례없이 높아지기만 했던 등록금에 반비례하는 혹독한 취업난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는 사회진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절망부터 맛보게 된다. 심지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졸자보다 대출없는 고졸자의 형편이 더 낫다는 연구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없는 돈 들여 공부했더니 여건이 더 나빠진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겪는 건 비단 미국의 대졸자들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인생에서 엄청나고 대단한 걸 원하지 않는 혹은 못 하게 된 단면은 ‘소확행’이라는 유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처럼 큰 고민거리 없이 일생 생활에 이렇다 할 문제 없이 살고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가구의 순자산의 중위값은 65,000달러.. 대학을 졸업했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가구는 순자산의 중위값인 8,700달러의 7배가 넘는 액수.. 대학에서 학위를 받지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도 받지 않은 가구의 평균 자산은 11,000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것은 빚을 지며 대학에 다닌 이들의 자산보다 높다. (중략) 학자금 대출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지던 부는 X세대가 다 큰 성인이 될 때까지 획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172쪽)

 

30대 :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용케 취업하여 자기 앞가림을 하나 싶더니 장시간 저임금의 근무환경과 선배들 때보다 더 가혹해진 경쟁체제 속에 살아야 한다. 1973년을 기점으로, 생산성은 뛰어올랐는데 노동 비용은 감소한 현상이 젊은 노동자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면, 그것은 다시 말해 우리 젊은이들이 막대한 수준의 ‘잉여가치(surplus value)’를 창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자로서 받는 보상보다 많은 생산을 해내고 있다는 말이다. (133쪽)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관

 

기쁨보다 슬픔이 압도적이었던, 주어진 조건의 반작용으로 ‘더는 착취당하지 않겠다’는 지배적인 인식으로 결과적으로 이들은 고용 관계에서 법과 계약, 공정함을 매우 중시하는 성향을 지니게 된다. 기성 사회에서 요구했던 삶의 보편적인 공식에 따르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가고자 한다. 정답이 있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만의 기준에 따르고자 하는 욕구가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해졌다. 스스로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는 한편, 기성 사회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을 바라는 모습 또한 보인다.

 

”인적 자본“에서 ”자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람을 더 큰 생산 과정 중 일부로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체된) 임금과 (감소한) 노동참여율 같은 지표를 통해 우리는 노동시장의 경쟁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추적해볼 수 있다. 노동자를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은 이전보다 적어졌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넉넉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일은 극히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45쪽)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천민자본주의의 화신인 어느 전직 대통령의 생각을 좇아 사람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자원’의 개념으로 취급하던, 그 명칭도 해괴망측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존속했었다. 오죽했으면 다음 정권에 와서는 사람이 먼저라는 당연한 말이 큰 화두가 되었겠는가마는. 자본과 매우 밀접한 관계인 기업들의 측면에서 보면, 온갖 스펙과 학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취업불안에 떨고 있는 고급인력들을 입맛에 맞게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강력한 유혹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굳어져 사회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라는 미명하에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단지 미국이라는 국가에 한정된 것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밀레니얼 세대는 새마을운동에 나서야 했던 아버지 세대처럼 불이익이 오더라도 묵묵히 순종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순을 따르지 않는다. 소위 엿 같은 직장생활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시라. 이들은 직장에서 필요한 만큼, 기능적으로 일하고 퇴근 후 직장 밖에서 ‘자아’를 찾아 열심히 활동한다. 태어날 때부터 IT 기기를 접해 인터넷에 능한 이들은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쇼핑을 즐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도 익숙하다. 다소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의 책의 분위기에 반영되지 않은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면모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본격 진출하면서 기성세대가 만든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조직의 미래에 헌신하라, 회사가 바로 당신”이라는 돌격 앞으로 식의 충성 일변도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정시 퇴근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Balance'를 줄인 말)이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이기에 조직 내 관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근로기준법 등을 찾아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미래 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하는데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성향도 강하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평생직장’은 애초 무의미한 단어이다. 일주일에 두 개의 직장을 나눠서 다니는 ‘N잡러’도 있고, 자신의 지향점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참고 버티기보다는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2010년 15.7%에서 2016년 27.7%로 실제 신입사원의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이전보다 높아졌고 퇴사를 준비하는 책이나 강연도 늘고 있다. 모 서점에서 최근 5년 사이 제목에 ‘퇴사’나 회사를 나가는 내용을 다룬 서적을 살펴보니 총 40종의 책이 출간됐다고 한다.

 

적어도 향후 5 ~ 10년간은 밀레니얼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에 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책 뒷부분 옮긴 이의 제안처럼, 기성세대는 밀레니얼에게 ‘기성세대에 저항하라’고 외쳐댈 게 아니다. 다행히도 이 책이 세대 문제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결성을 지니는 일종의 설명서 역할을 해 주고 있으니, 그들을 만나 기꺼이 대화를 나누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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