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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62] 왜 지금 교육경제학인가

우리의 교육 현실 바로 보기

 

우리 교육 현실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다만 용쓸 뿐이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농담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최근 교육계에 닥친 변화의 추세보다 앞으로 더욱 더 빠르고 폭넓게 다가올 변화에 공감한다면, 우리는 교육을 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공감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 그럼 과연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바라볼 것인가?

 

GIST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의 교육 문제를 효율성, 형평성, 타당성의 세 가지 기준에서 교육의 현주소와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그는 그가 가르쳤던 <교육의 경제학> 수업과 지식 채널 EBSⓔ 강의에서 진행했던 내용 위에 완전히 새롭고 종합적인 자료와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한다.

똑똑한 전문가가 입시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이익을 추구한다. (33쪽)

 

이 책은 전체 4부 11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교육이라는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장 낮은 비중의 타당성을 지닌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육 시스템에 대한 탈출, 개혁, 무시, 순응의 대응 방식 가운데 대다수가 순응의 태도를 보이는 모순점을 지적하면서 독자들이 개혁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공감해주기 바란다는 저작 목표를 밝히고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2부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을 토대로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현 교육의 주소를 돌아본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 해 주었던 산업화 시대 교육의 순기능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보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비효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계층의 대물림 현상을 공고히 하며 사회 이동성을 방해하는 교육 사다리의 부재를 지적하는 동시에 태반의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붕괴된 교실의 회복 방법을 찾는다.

 

교육 현장에서 희망의 싹을 찾아보는 3부는 사실상 가장 신랄한 자아비판의 연속이다. 공교육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사교육 한계 효용 법칙과 각자도생의 사회상을 언급하면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호혜적 상호 의존 방법을 모색한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국 대학생의 자국 고등학교 이미지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으로 인식한다는 결과는 충격적인 수준을 넘어 우울감마저 들게 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학령인구 급감과 인공 지능 도입의 기술 급변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아 위기를 타고 넘어갈 방법을 모색한다. 지금까지는 사회 변화의 속도에 둔감해도 별일 없던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초저출산과 급고령화 등의 변수를 맞아 과거 어느 때 보다 급격한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한다.

 

가정 배경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취업 후 노동시장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곧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그 세대가 부모가 된 후에 그다음 세대의 양육 및 교육 환경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앞 세대의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108쪽)

1980년대 25% 정도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은 최근 80%까지 올랐으며, 전국 70여 개뿐이던 대학의 숫자가 최대 세 배에 이르기도 했다. 고등교육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1996년 109개에서 2013년 156개까지 늘었다. 예전 같으면 대학 입학의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를 인구가 낮은 성적으로도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생 인구의 양적 팽창은 곧 대학 경쟁력과 질적 저하의 원인이 된다. 소위 명문이라 불리던 상위권 대학들의 경쟁률은 여전히 높게 유지돼오던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학령인구가 대폭 줄어들고 경영이 부실한 대학이 정리되면서 대학마다 수능 최저요건을 완화하여 입학생 수를 보전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

 

우열을 가리지 않고 참가 자체를 높이 평가했던 반경쟁 교육 관행이 학생들의 자기 우월감을 과도하게 부풀려 오히려 비협력적이고 비호혜적인 개인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281쪽)

 

일부 학생들의 적성이나 취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대학을 가고 보자는 생각은 곧 사상 최고의 진학률로 이어졌다. 그 결과, 고등교육이 양적으로는 팽창해도 질적으로는 내실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서 대졸자가 자기 전공 분야와 맞지 않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 이러한 교육의 고비용 저효율 현상은 졸업 이후의 노동 현장에도 영향을 주어 한국 취업자들은 긴 노동시간에 비해 매우 낮은 노동생산성을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교육 분야가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조금만 개선되더라도 우리네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지리란 점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여전히 입시만 있고 4차 산업혁명은 없다는 우리 학교 현장의 현실은 오래갈 수 없는 상황이다. (381쪽)

결국, 저자는 교육의 변화를 실현할 교육행정과 교육재정 그리고 환경교육과 같은 교육사회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현실로 다가올 우리 교육을 평가해보려 시도한 데에 이 책의 의의를 두고 있다. 급변하는 미래 시대에 적응하고 다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내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고된 작업임이 분명하다. 결함투성이의 현재 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희망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정확히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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