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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66] 오십, 인생의 재발견

이제 겨우 반 넘었네 vs. 아직도 반이 남았네

 

인생 백세 시대에 오십이면 이제 겨우 전반전을 치렀을 뿐인데, 오십 대 중년 남성들은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한 가닥 내로라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버티느라 이미 지쳐있다.

 

우리 낀 세대의 애환은 직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로하신 부모 세대와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뒷바라지가 한창인데 배우자와 본인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두 번 가라면 세상 하직하겠다던 군대 생활과 국제금융 외환위기로 살벌했던 구조조정 여파에도 살아남았던 백전노장 역전의 용사들 아닌가? 평생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왔건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꼰대 취급당하며 퇴직을 종용당하기 일쑤다. 퇴근길에 만취하여 지구대에서 오늘도 대충 수습하는 올드보이 오대수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흔히 퇴직해서 잘 풀려봐야 치킨집 아니면 고깃집이고, 그나마 자영업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기는 더 어렵다고 한다. 한국형 뫼비우스 띠에는 직장인의 로망은 백수이고 백수의 로망은 직장인이라 적혀있다.

 

전쟁터였던 직장을 벗어나면 나을 줄 알았더니 바깥은 지옥이라 했던가.

 

곧 퇴직을 통보 당할 처지는 아니지만, 불과 수년 후면 내게도 똑같은 상황이 뻔히 닥쳐올 것이다. 알량한 퇴직금은 이미 아이들 대학생 만드는 밑밥 된 지 오래다. 퇴직 후 적어도 20년 이상 별다른 수입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 노부모 건사와 애들 혼사는? 오래 살면 뭐 하겠나 저소득의 유병장수는 결코 축복일 수 없다.

 

꽤 어두운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워지자 나도 모르게 어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20년 전 딱 한 해 함께 근무했을 뿐인데 아직도 연락이 닿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교직에서 일찍 물러나 펜션 사업으로 성공한 그의 내력이 자못 궁금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진작부터 꿈꾸던 그는 1년간 치밀하게 전업을 연구하였고, 준비되었다는 판단이 서자 우려하는 주변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사표를 던졌다. 전업 직후 벌어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여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펜션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성공사례가 지인의 경우라니 부러운 한편 아무런 생각도 대책도 없이 살아온 나는 미지근한 싸구려 커피를 마신 듯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나에게도 그 같은 실행력이 있기는 한 걸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 참, 말은 쉽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해왔던 일이 귀찮아지고 옛날처럼 꼼꼼히,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46쪽)

​해직 통보 벼락을 맞아 잘나가던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던 저자는, 위기를 기회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여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심리 연구소를 차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준비할 여유가 있었던 선배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이었으나 그 역시 자립에 성공한 사례이다.

 

이 책은 일과 직장이 전부였던 중년 남성에게 갑자기 닥친 상황을 실감 나게 설명하는 1부, 인생의 전환점에 선 우리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2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인정하기를 권하며 진짜 나를 다시 만나라는 3부, 그리고 지금까지의 실패와 성공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대범한 자세로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파도를 현명하게 넘어가도록 조언해주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우리가 미래에 느낄 감정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오늘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면서, 고맙게도 유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와닿는 구어체로 풀어놓는다. 그가 주는 조언은 마치 바로 한 학년 위 선배의 그것처럼 지금껏 읽어 온 어느 자기계발 서적보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사람들의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154쪽)

 

오십 대는 매우 결정적이면서도 새로운 인생의 단계이다.

 

자신의 능력과 단점, 성공과 실패를 해부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 특히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며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다양한 고민을 통해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십 대는 또한 위태로운 인생의 단계이기도 하다. 노안, 탈모, 체중 증가, 체력 저하, 고혈압 같은 신체 증상 변화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을 잃은, 또는 잃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자기 정체성과 영혼이 흔들린다. 지나치게 젊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퇴물 취급을 받게 될까 두렵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정점인 시기임에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과 힘, 가족과 친구의 질병과 죽음을 보며 ‘분리 상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중년에게도 희망은 충분히 남아있다. 사회에 갓 진출하던 20대 때보다 체력과 지구력, 업무 순발력은 떨어지는 대신 세월을 겪어온 노련함과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혜안이 있다. 단순 기억보다 상황을 분석하고, 아는 것을 적용하며,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줄 안다. 오랜 시간 넘어지고 엎어지는 실수를 통해 마음과 행동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섯 가지 자본력을 분석해보았는데,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다.

 

신체: 고혈압, 과체중, 복부 비만, 저질 체력, 만성 요통, 이명, 오십견

경제: 노동 소득 외 수입 전무. 짧은 금융 지식. 대출 부자. 경알못

인지: 그나마 왕성함. 글쓰기, 운동, 어학 동호회. 평생학습은 될 듯.

사회: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 인간관계. 마눌님 왈 마음에 안 듦.

심리: 고난에 대처하는 방어기제, 통제감 유지. 온실 속 화분?

정체성: 가장 중요한 자본.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중년기의 본질적인 과제는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가슴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답은 자기 속에 있다. (187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제2의 전성기를 실현하고픈 (예비) 퇴직자 중년 남성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자신뿐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어떤 고생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미 기운도 많이 빠지고 당장은 이렇다 할 전망도 안보이지만, 어쩌겠는가? 인생 선배가 전하는 이 책을 길동무 삼아 평생직업 찾는 길에 주저 없이 나서 보리라.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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