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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53] 느끼고 아는 존재

칼럼연재 1주년 기념 진화심리학 특집

 

이 책은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가 의식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출발한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란 유기체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조건인 항상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일련의 발달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항상성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단순한 생명체에도 적용되며, 의식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약간 생소하고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 ‘사물의 이상한 순서’ 등 그의 전작들을 마저 읽어본다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이 그의 전작들에서 이미 언급된 것들의 요약에 가깝고 내용이 덜 상세하며 제공되는 정보와 사례도 적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느낌은 마음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마음이 속한 유기체 내부의 생명 상태를 알려준다. 또한 느낌은 그 마음이 느낌의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느낌의 기능. 119쪽)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인간의 마음을 일컫는 다른 이름, 즉 ‘의식’과 그 진화이다. 그는 개미와 벌에게 일종의 의식을 부여하고, ‘비인간을 멸하는’ 예외주의적 견해를 드러낸다. 그는 또한 의식이 무엇을 하는지 탐구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의식은 인간이 항상성에 대한 위협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며, 따라서 그러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보장한다. 의식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신화와 문학(에밀리 디킨슨의 시 ‘뇌는 하늘보다 넓다’를 자세히 읽어보면 결국 하늘보다 넓은 것은 뇌가 아니라 생명 자체임을 알게 됨), 인공지능과 그 한계성에 대한 조사, 그리고 제롬 컨의 노래 ‘이제 춤 못 추겠어’ 등을 언급한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마음에 의식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에게 의식이 있는 것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의식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다마지오의 성공적인 연구 결과는 믿을만하고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마음 이론의 바탕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풍성해진 상태가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풍성해지는 과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 안에서 마음의 요소들이 추가되는 과정이다. (중략) 현재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마음속 내용물은 내게 속하며, 내 소유이며, 나라는 유기체 안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마음과 의식은 같은 말이 아니다. 157쪽)

 

이 책은 또한 의식의 현상과 생명과의 관계를 파고든 연구 결과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철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이 의식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저자는 생물학, 신경과학, 심리학, 인공지능에서의 최근의 발견들이 우리에게 그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했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의식의 무수한 측면을 설명하고 자신의 분석과 새로운 통찰력을 우리 자신의 직관적인 경험 감각에 충실하게 제시한다.

 

48개 논제에 대한 짧은 글을 통해 의식과 정신의 관계, 즉 왜 의식은 깨어 있거나 감지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닌지, 왜 의식이 감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뇌가 의식의 발달에 필수적인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다양한 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와 의식에 대한 철학을 종합함으로써 두뇌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주변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알리고 변화시키는 인간의 근본적인 역량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지침 역할을 하고 있다.​

알게 되고 의식이 있으려면 우리는 사물과 과정을 우리 유기체와 ‘연결’ 또는 ‘연관’ 지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라는 유기체를 사물과 과정을 살펴보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 175쪽)

서문에서 밝혔듯 그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화법으로 이 책을 쓰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 한 번에 읽어서 이해될 분야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책의 구성 자체는 간결하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한 두 장 정도 분량으로 세분되어 있어 읽기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기존의 널리 알려진 심리학 용어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정의한 추상적인 설명으로 인해 개념을 따라잡기가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아두면 좋겠다. 평범한 독자가 여러 학문에 정통한 깊이 있는 사상가의 글을 읽고 바로 이해하기란 순수 과학자의 책을 읽고 그의 철학을 단박에 이해하는 것만큼 고된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 수준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에 익숙한 독자들의 경우라면 의식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읽어나가는 보람을 발견하고도 남을 것 같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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