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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52] 생명 과학자의 서재

생명 과학자들은 대체 어떤 책을 읽을까?

 

이 책은 주로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열두 명의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2008년 12월 ‘탐독사행’이라는 책 읽는 모임을 결성하고, 도서의 특정 분야나 주도적인 진행자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각자 읽은 책의 서평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서평 대상은 참가자들이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읽기를 미루었던 일반 교양부터 인문, 사회, 경제, 역사, 예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특히 전공 이외의 분야임이 강조되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에서 비롯된 열두 저자의 다양한 시각과 문체에 있다. 이 12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연의 일치랄까 예수와 최후의 만찬을 함께 했던 그의 제자들처럼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사제관계가 대부분이고, 탐독사행 모임 역시 사제관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일상과 철학 사이, 2장은 내 마음의 온도, 3장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한다는 주제로 서평이 4개씩 엮여있다. 심오한 철학과 역사부터 다채로운 신변잡기에 이르기까지 소재가 다양하여 읽는 재미가 찰지다. 박사 학위를 기본으로 하는 독서 모임이라 그런지 저자들의 문체는 논문부터 일기체까지 획일적이지 않은 점이 이채롭다.

 

고차원적 생물학과는 거리가 먼 분야의 전공자였으나 지구과학 과목과 더불어 그나마 과학의 입김을 쐬어본 것이 생물학이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온갖 종류의 생명현상에 호기심을 품고 살기에 필자는 생명과학자들이 무엇을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평범한 어학 전공자에게 생명과학은 어설픈 관심을 두는 것과 제대로 공부하는 대상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분야이다. 그러나 이 책 저자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서평을 읽으면서, 그간 잘 해왔다고 자부하던 나의 리뷰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review) 만드는 리뷰임을 깨닫는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다를뿐더러, 학문을 대하는 기본자세부터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야외활동에 제한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눈길이 자신과 주변으로 많이 쏠리는 경향을 발견한다. 단순히 책을 읽고 마는 것보다 여럿이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는 형태가 일반화되는 것 같다. 지금 같은 혼돈의 시대에 흔들리기 쉬운 자신을 잡아 줄 바람직한 움직임이며 어느 일터에서건 대단히 필요한 활동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터가 훨씬 더 많으리라는 짐작은 조금 우울하다. 구성상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기왕이면 서평 대상인 책의 겉표지도 제목과 함께 사진 자료로 곁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일견 부럽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기원하며 탐독사행 모임의 다음 서평집을 기대해 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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