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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 엣지리뷰 50] 바이오 사이언스

건강 장수의 비결, 오토파지를 탐구하다

 

본래 식단을 가리키는 용어 다이어트가 체중감량의 다른 말로 쓰이는 요즘, 저탄고지 식단, 간헐적 금식 등의 용어는 낯설지 않다. 세균과 병균, 바이러스 등 세포생물학 분야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오토파지라는 개념 역시 널리 알려졌다. 몸에 좋다면 뭐든지 삽시간에 유행하듯 ’오토파지‘를 상업화한 먹거리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어 무슨 먹거리 종류로 오해할 지경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오토파지는 ’스스로‘를 뜻하는 auto와 ’먹는다‘를 뜻하는 phagy의 합성어로 자신을 먹는 ’자가포식‘을 의미한다. 세포 내의 쓸모없는 부산물이나 손상된 단백질이 봉투처럼 생긴 세포막에 둘러싸인 후(오토파고좀), 세포 분해효소인 리소좀과 결합하여 내용물을 분해하고 아미노산으로 바꾼 후 세포 내 다른 기관의 형성에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말하자면 쓸모가 없어진 단백질의 리모델링을 위한 분해 과정이다. 인체를 가옥에 비유하자면, 오래된 집이 침수, 정전, 곰팡이 번식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내부수리를 거쳐 다시 새집처럼 고쳐 쓰는 것과 같다. 또는 구매한 새차가 중고차가 돼가지만, 제때 정비하여 새것처럼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결국, 오토파지는 세포 안에 있는 물질을 회수해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현상으로, 세포가 노화의 요소를 자동으로 제거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체제이다.

 

오토파지가 적절히 일어나는 한 우리 몸은 젊은 상태를 유지 또는 노화를 지연시키며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토파지가 멈추거나 과잉 작동하는 경우 인체는 노화가 가속되어 병들게 되며, 이에 직접 관련된 질병으로 암, 퇴행성 뇌 질환(치매, 알츠하이며, 파킨슨 병), 심혈관 질환 등이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생기기 마련인 질환이라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오토파지의 기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해 오토파지 기능의 항상성이 보장된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이를 실현하는 식단으로 '간헐적 단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첫째, 이 오토파지를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오토파지 방해 요소는 인슐린과 아미노산인데, 인슐린은 식사 직후 활성화된다. 끼니 사이의 공복 기간에 영양소 공급이 중단될 때 오토파지를 통한 에너지 자가공급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는 하루 세끼 특히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끊임없이 양분을 다량 섭취함으로써 오토파지를 멈추고 있던 셈이다. 또한, 섭취한 단백질에서 얻는 아미노산이 체내에 충분할 경우 체내에 축적된 단백질의 분해작용이 멈추게 된다.

 

둘째, 이렇게 중요한 오토파지 작용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려면 외부로부터의 양분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 이때 우리 몸은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원인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재활용한다. 이렇게 오토파지가 왕성해짐으로써 인체는 많은 것을 얻는다. 세포의 품질을 유지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기존의 체내 아미노산을 공급하여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으며, 외래 병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면역력의 상승과 염증 반응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간이 외부로부터의 에너지를 공급받아 분해하는 대사과정은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오토파지는 분해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세간에 알려진 요령처럼 오랜 시간 공복을 견디며 밥벌이를 위한 활동을 멈추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 세끼 먹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방법을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세포생물학자이자 의학박사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와 공동 연구자이며 오토파지 분야의 독보적인 선구자가 출간한 대중과학 교양서치고는 과학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저자의 논조를 뒷받침하는데 이렇다 할 시각 자료가 부족한 점은 못내 아쉽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효모를 이용한 오토파지 발견 과정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관련된 시각 자료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과학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에 상당 분량을 할애하지만 흔한 자료사진 한 장 곁들이지 않은 구성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아 보인다. 보는 게 믿는 거라는 말처럼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세포의 세계를 글로써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세포생물학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분야임을 의식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나마 제공된 소수의 그림 자료는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 교양서적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뭔가 눈에 보여야 믿기 마련이지만 또 한편으로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는 게 사람이다.

 

저자가 서문과 후기에서 공고히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과학 지식의 습득과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다. 예컨대 노화는 나이가 들며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소수 개체의 희생을 통한 전체 종족의 보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물이라는 의견이다. 저자는 과학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자연계에서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이 생겨날 때마다 두려움과 미혹을 떨쳐내고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지 않으며 차별과 증오, 편견, 패닉 상태를 극복하여 갈등과 전쟁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가 세상을 구하고 사회를 존속시키며 꾸준한 연구야말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둥, 너무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 끼니는 걸러보자는 둥, 이건 너무 쉬운 얘기 아닐까? 이 책의 독자가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이렇게 생각보다 별거 없음을 알고 조금은 허탈해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진리는 늘 단순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과학은 그 진리에 한없이 가까워지려는 시도라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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