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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30] 말의 원칙

말하기 능력에 별점을 매긴다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 한 차례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었을 뿐, 수년간 별다른 교류도 없던 사람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몸에 그렇게 좋은 건강 보조식품을 소개할 테니 20분만 허락해 달라 부탁한다면?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호의적으로 받아넘기기란 매우 쉽지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 ‘그’로부터 자신보다는 호주머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약장수’라는 인상을 받을 테고 필자 역시 그러한 생각에 더 이상의 대화를 흔쾌히(?) 거절하고 말았다. ‘그’는 필자를 상대로 이득을 취할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그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명분이나 친분을 쌓아두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수사법적 수단인 logos(논리적 구조), ethos(인격과 품성), pathos(감정적 유대)를 활용하여 주장을 뒷받침했어야 한다. 그는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을 부각한 로고스만 호소하였을 뿐, 서로 알고 지내며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에토스와 약효의 경험담을 공유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파토스를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돌아오는 것은 ‘날 언제 봤다고 어디서 약을 팔아?’라는 반발뿐이다.

지인을 상대로 다단계 약을 팔든, 거창한 사업을 하든, 괜찮다는 아이디어가 저절로 팔리는 법은 없다. 기업이라는 이름의 세계화 집단, 시스템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거의 모든 영역의 직업군에 교란을 초래하는 이 시대에,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만 해서는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상대가 이에 감화 감동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가며 탁월함을 성취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예부터 전해지는 고전적 설득술에 통달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술을 풀어쓰며 오늘날 청중에게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한 영감 방법을 제시한다. 문명의 발달로 일의 본성 자체가 변화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 세계의 사물들을 순식간에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소통 기술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그는 또한 신경과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억만장자 그리고 구글, 나이키, 에어비앤비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미래의 꿈에 불을 지르는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남다른 언변으로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돌아보고(1부), 과학자와 사업가, 금융인, 의사와 병원 등 실제 세상에서 나타난 설득의 성공사례들을 소개하며(2부), 설득에 통달한 인물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말의 기술을 상세히 알려준다(3부). 특히 각 하위 장의 끝에 ‘파이브 스타 원칙’ 소제목으로 요약본을 제시하여 가독성을 높여놓았으며, ‘상위 1퍼센트가 사용하는 독보적인 말의 기술’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1. 파토스 원칙을 기억하라. 

설득에는 감정에 호소하는 파토스가 있어야 하며 이를 구축하는 최고의 언어적 수단은 이야기이다. 개인적 경험, 자신이 겪은 변화, 나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이야기를 활용하라.

2. 설정-갈등-해소의 3막 구조를 따르라. 

긴장-고난-행복한 결말이 있는 영웅의 이야기가 전수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3. 단 한 줄로 승부하라. 

하나의 주제를 영화의 로그 라인처럼 한 문장에 담아 15초 안에 핵심을 제시하라.

4. 최소한의 단어만 써라.

청중의 집중력은 기껏해야 15분이다. 요점 제시는 신속하게, 어려운 내용은 쉬운 말로 다듬어 전달한다. 

5. 비유로 요리하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유추를 적절히 제시하면 대개 원하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다.

6. 잠든 뇌를 깨워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뇌에 쏟아붓는 것이다.

7. 두려움을 조절하라.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다. 자신과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재해석과 반복적 연습인 리허설을 통해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마치 다섯 개 만점의 별점 매기기와 비슷하다. 별의 개수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도 인간인 이상 우리는 의사소통을 중단하거나, 거부하거나, 인류가 최첨단기술로 개발한 결과물인 인공지능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울 수는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지식의 시대에는 정보 보유량이 우리의 가치였으나,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술의 재발견과 적용을 통해 우리가 평범과 비범 사이의 격차를 좁히고 자동화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의사소통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애플 부사장 안젤라 아렌츠의 말처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손을 만질 때 받는 느낌을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 유대를 이루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독자라면 특히 일독을 추천한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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