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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7] 학교에 사람꽃이 피었습니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모두 소중하다

한 권의 책은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창문이 크고 많을수록 세상이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유선종 엣지리뷰] 코너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나 자신을 위해 읽어두면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

 

이 책은 17년간 교사 생활 이후 전문직인 장학사로 전직하신 선배 교사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와 가벼운 마음으로 술 한 잔 나누듯 공부를 잘했던 가난한 집안의 딸로, 대차고 올곧으면서도 아이들과 지내는 게 더없이 행복한 교사로, 고부 갈등으로 첫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 후회하는 엄마로서 지나온 인생과, 오늘날 몸살을 앓고 있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 그리고 인권과 교권 등 교육계가 앞으로 진정 바라보고 개념을 세워야 할 것들에 관해 소탈한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저자는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과 교사들의 교권을 말하지만 그럴 수 있으려면 정작 학교 내부적으로 교사들 간에 어떤 이야기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고 의견이 수렴되는 민주적인 장치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상 학교야말로 관리자와 평교사, 교육자와 피교육자 관계라는 일방적 특수성으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장 힘든 집단이 아닐까 싶다. 모 연구에 의하면 기업체와는 정 반대로 학교는 사회 변화의 속도에 가장 대응이 늦는 정부기관 및 관공서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 

 

배움보다 만남이 앞서야

 

교사들이라면 학생들과 부대끼는 생활에서 오는 모든 희로애락의 요소를 익히 알 터이지만, 저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애로사항을 매우 잘 이해하며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있다. 일례로 교대로 진학하기 위해 학창시절 말 그대로 언행이 타의 모범이어야 했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공부가 어렵거나 행동이 거친 학생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자기 틀’에 갇혀 학생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이미 정해놓은 답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게 된 지금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고 들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러한 맹점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와 학생으로 지식을 나누고 배우기에 앞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생들은 학교 밖의 일로 학교에서도 존중받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한편 교사들은 30여 명의 각기 다른 작은 우주를 일일이 상대하느라 엄청난 감정 소모가 요구된다. 일방적으로 감정소모 및 육체적 노동 강도로 인하여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절대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운 직업이라는 오해 속에 어느덧 철밥통으로 불리며 공공의 적이 되어간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 모두 소중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학교 인권이다. 인권의 본질을 쉽게 말하자면 교사와 학생 모두 사람이고 그냥 사람으로 봐주는 것,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보장해 주는 것 아닐까. 건강한 생계형 교사였음을 표방(?)하는 저자는 그러나 학생들이 마땅히 국가로부터 존중받아야 하는 인권의 올바른 개념과 제대로 된 수업을 보장받을 교권의 차이를 잘 설명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입장에 처한 선생님들을 위한 장학사가 되고 싶었음을 토로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저자를 내 곁에도 있어 주었으면 좋았을 선배교사의 전형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나도 어느 날 그러한 모습의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구에 왠지 뭉클한 여운이 남는다. ‘선생님, 당신은 참 멋진 교사입니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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