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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칼럼9]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노후 준비를 위한 마음가짐을 돌아보자

 

우리는 어떻게 ‘늙음’을 만날까.

 

머리말의 제목을 읽고 어떻게 답변해볼까를 생각해 보니 사실 막막하다. 왜냐면 한참 아이들 공부시키고 돌봐야 할 부모님이 있어 정신없는 상황에서 아직 제대로 자신의 노후준비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름 준비되었다는 주변 사람들도 대개는 노후준비를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수준에서의 금전적인 여유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신체적 자유를 허락해 줄 금전적 여유가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를 노후준비의 모든 것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이 든다. ​

 

좋은 책은 언제나 나의 빈 곳을 파고들어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을 선사한다.

 

이 책의 부제는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 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이다. 아직 60대가 되려면 몇 년 더 남았지만 60대 은퇴 이후부터 90대까지 무려 40년간을 어떻게 준비하여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이 아직은 80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곧 100세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사람의 평생을 100년을 기준으로 하여 25년씩 4등분 한 후 각각의 기간을 ‘학습/활동/자아실현/완숙‘의 핵심어로 명명한다.

 

또한 연령대별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으로 진정한 나를 찾고 실천하는 시기(60대),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세대 전승을 생각하는 시기(70대), 상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 비전을 품는 시기(80대),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내적 생활권을 심화하는 시기(90대)로 명명하고 있다. ​

 

한편 각 연령대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 없도록 하는 인생 최대의 사건을 뜻하는 ’생애 사건‘을 계기로 각각의 세세한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목차만 보아도 이 40년 기간 동안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20대 젊은 독자보다 60대에 진입할 세대의 독자에게는 더욱 큰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생애사건이 아닐 수 없다. ​

 

이 책의 전체 분량 가운데 60대에 관한 내용이 절반을 넘는다.

 

생애 사건도 가장 많이 일어나는 한편 안락한 노년을 위해 준비할 내용이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년퇴직, 계속 고용 또는 재취업, 지역 활동 참여, 부모의 죽음, 배우자 또는 자신의 중병 그리고 노화의 진행 등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와 금전적 여유를 확보해두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 사전이라는 부제처럼 곁에 두고 읽어두면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다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본래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간되었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노령화 사회로 앞서 진입한 때문인지 노인 문제에 대하여 비교적 많은 대안과 준비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계층 간의 혐오가 점점 노골화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일본 노년층에 대한 배려와 준비 그리고 노년층의 슬기로운 대처 방법이 엿보인다. 

 

예전 일본의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산등성이에서 작업 중이던 다수의 주민을 보고, 관광 안내인에게 무어냐고 물어보니 지역 은퇴자들에게 제공되는 삼림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일하는 조건도 좋은 편이며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수도 적지 않아 은퇴자들이 경쟁적으로 신청한다고 하였다.

 

저자의 말처럼 이들은 지역사회에 공헌도 하고 스스로 생계도 챙기며 무엇보다 사회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기 효능감을 충족할 수 있다. 젊은 경제인구가 많은 액수의 세금을 낸다며 불평은 하지만 이렇게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대개는 공감한다고 한다.

 

순간 우리네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던 노인 일자리 사업 현장이 연상되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와 연결되며 금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자기 효능감 상실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복지 사업이었으나, 작업장 주변에 나뒹굴던 새참으로 마신 빈 막걸리병과 나무 그늘에서의 낮잠으로 기억된다. 하루 일당과 시간 때우기로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퇴색되는 장면이었다.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에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평온하고 풍요로운 인생 후반을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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