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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49] 공감은 지능이다

사회 갈등을 줄이는 최고의 명약, 공감.

 

기술만능주의가 되어버린 21세기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 엄밀히 말하자면 감정이입이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 자신과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는 어려워도 미워하기는 아주 쉬운 법이다. 인구수가 폭증하는 속도 만큼이나 인간의 존엄성이 떨어지고 공동체 역시 무너졌기 때문일까? 1970년대에 비해 확실히 우리는 주위에 훨씬 덜 신경 쓰며 산다. 2009년 현재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공감 능력은 1979년의 7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2006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이 ‘공감 적자’로 고통받고 있음을 언급하였듯,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이후 미국의 전반적인 상황은 더욱 나빠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글쎄, 정말 무슨 방법이 없단 말인가.

저자는 개인과 집단이 이 추세를 뒤집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계속해서 되짚어 본다. 여기에는 전직 백인 우월주의자가 포함되는데, 그는 아버지가 된 후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면서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버리게 되었다.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함께 그는 ‘한 때 그가 살았던 어둠의 세계에서 사람들을 추출하는 일’이라 부르던 비영리 지원 단체를 결성하였다. 또한, 대체 양형 프로그램인 '문학을 통한 삶의 변화'는 수감자들이 자신의 난제들을 통해 고군분투한 가상 인물들의 작품을 읽고 자아 인식을 넓힘으로써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돌봄 직업군으로 대표되는 감정 노동자, 특히 의료 종사자와 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서 탈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온라인 기술의 발전을 일례로 기술이 공감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방향과 집단적 운명은 실제로 우리 각자가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더 분열될 수도, 개선될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

 

사실, 공감이라는 용어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구글 검색어인 동시에 페이스북과 포드 같은 유명 기업의 최신 유행어(like button)이기도 하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는 인류가 유전자를 통해 공감을 전수하여 우리 뇌에는 공감 회로가 깔려있으며 이 공감은 변치 않는 특징일 뿐 아니라 어느 순간이든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작용이라는 ‘로덴베리 가설’을 제시한다. 이는 상반되는 공감대의 양극단에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스타트렉의 창시자 진 로덴베리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저자는 스타트렉의 주인공들처럼 공감 능력이 고정불변이라는 생각에 매우 반대한다. 그는 연습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변화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이라는 가장 새롭고 흥미로운 소재를 폭넓게 연구하는 이 책은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수필집처럼 읽힌다. 최상의 공감 기술은 곧 스토리텔링임을 잘 아는 저자의 영리하고 의도적인 접근법으로 보인다. 공공연히 드러내기 쉽지 않은 부모의 이혼 이야기로 책을 시작함으로써 개인사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도구로 쓰였을 때의 공감 능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부모가 각자의 관점을 고집함으로써 서로 점점 더 단절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출생 중 뇌졸중을 일으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했던 저자의 딸 알마와 당시 그녀를 돌봐주었던 인정 많은 의료진에 관한 이야기 역시 그러하다. 신생아실 간호사처럼 극한의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공감의 숨겨진 부정적 의미에 대한 최근의 논쟁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부분이다.

 

과도한 공감으로 인한 잠재적 해악을 설명한 후 공감이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결말 부분에서는 다소 혼란스럽게도 반대 결론으로 입장을 전환한다. 이는 일반화된 ‘공감’이라는 용어의 어두운 면을 드러냄으로써 공감이 개인적 고통이나 감정 공유로 제한될 경우 부정적인 뜻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감 연구자들은 공감이 동정심에 더 가까운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로 탈진 증후군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도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사는 편이 더 쉽다. 보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을 향해 새로운 종류의 공감을 키우는 일에는 노력과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잔인함과 고립에 직면하여 지금 우리는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쉬운 일을 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그런 일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고, 우리가 한 선택들의 총합이 미래를 창조할 것이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치유되고 성장하려면 우리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주위와 공감하고, 얼굴을 맞대고 교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우울증과 고립감에 맞서야 한다.

 

무분별한 폭력행위로 십 대들의 자살과 사이버 폭력에 의한 사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책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감의 앞날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암담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공감이라는 복잡한 용어와 함께 매력적이고 기대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협력을 도모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는 공감의 진화적 역할을 알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놀랄만한 공감의 결핍을 이해하고, 공감 능력이 어떻게 기술로서 학습되고 실험실에서 조작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회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묻는 저자의 질문에 동참하게 된다. 일독을 권해드린다.

사족 : 이 책은 70여 쪽에 이르는 광범위한 각주와 공감의 정의를 상술한 첫 번째 부록과 책에서 논의된 증거를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평가하려는 두 번째 부록을 포함하고 있다. 아마도 까다로운 심리학자들이나 예외적으로 학구적인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하거나 만족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독자라면 열에 아홉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 같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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