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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63] 소고기를 위한 변론

윤리적인 육식은 가능한가

 

모처럼 보너스를 받아 두둑해진 지갑에 기분 좋다고 소고기를 사 먹고 있는데, 소고기가 인체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윤리적 육식’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듣고 있자니 젓가락이 점점 무거워진다. 내가 번 돈으로 맛난 소고기 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겠다는데 이렇게 마음이 불편해서야 되겠나. 어떻게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싶어진다.

 

소고기, 오해하지 마~?!

 

최근까지 우리는 붉은 육류, 특히 소고기의 섭취가 사람에게 심장병과 암을 유발하고 육류 생산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특히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에 익숙해져 왔다. 환경과 건강 측면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지만, 주류 언론과 환경 분야 전문가들 심지어 저명한 과학자들의 거듭된 주장에 일종의 정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쇠고기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생태학적 인식과 건강을 의식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오랜 공감대가 있다. 소를 키우고 쇠고기를 공급하는 과정부터 자원 소비적이며 생물학적 폐기물과 탄소를 포함한 다양한 부정적인 부산물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소고기에 포함된 각종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역시 비만에서 심장병에 이르는 모든 만성적 퇴행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건강과 환경 개선을 위해 육류 대용품이 개발되어 이미 상용화되기도 하였지만, 부정적인 뉴스와 대용 식품 기사로 이 사안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고기와 육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건강한 육식을 변론하기에 이른다. 그 주장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목형 목축과 육류 생산은 생태학적으로 가장 건전하며 실제 생태학적으로도 꼭 필요한 식량 생산 방법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소고기는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거의 유일하게 각종 영양소가 고도로 응축된 먹거리임을 강조한다.

 

내 논지는 어떤 가축도 본질적으로 환경에 해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짜 문제는 오늘날의 가축 사육 방식에 있다. (25쪽)

 

Robert Kennedy Jr.의 환경변호사였던 저자는 사회경력을 쌓기 시작할 무렵 헌신적인 채식주의자였다. 육류 산업 오염에 반대하는 미국 전역의 캠페인에 앞장서던 그녀는 육류 소비가 굉장히 복잡미묘한 사회적 사안임을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한 목장 주인의 청혼을 받게 되었는데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천연 목축업자 가운데 하나였다. 건강한 육식 덕분에 그녀는 결혼과 함께 오랜 기간의 채식주의자 생활을 접게 된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 하여 저자가 자신의 생계이기도 한 목축업을 방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식품 원자재로서 밀집 사육과 인공 사료로 키워져 결국 식료품점에서 맛없는 고깃덩어리로 팔리는 소에게 씌워진 오해를 변호하려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 토양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량을 줄여 맛있고 영양가 높은 최종 제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풀을 먹여 기르는 낙농 방식을 옹호하려는 것이다. 소고기를 위한 첫 변론이자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은 이 책의 부제처럼 지속 가능한 고기 생산 방법이다.

 

저자는 먼저 온실가스 문제를 시작으로 소를 사육하는 방법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크게 좌우됨을 보여주는 충분한 과학적 자료를 제시한다. 소에게 옥수수와 곡물을 많이 먹이면 소의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의 진짜 근원은 옥수수와 곡물을 재배하고 사료용으로 장거리 운송하는 데 화석 연료가 소모된다는 데 있다. 표토에 저장되었다 배출되는 탄소는 다시 토양으로 재흡수 되지만, 지하 깊은 곳에 저장되었던 탄소는 토양에 재흡수되지 않을뿐더러 연소와 동시에 공기 중에 반출된 후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 떼가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연 상태의 풀을 먹이로 소비함으로써 지역 생태계에 탄소와 영양분을 유지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농지를 목초지로 전환함으로써 실제로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목하는 소와 생태계 사이의 공생 및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대한 설명은 조금 복잡하지만 매우 흥미롭다. 많은 증거와 함께 자연 상태의 풀을 먹이는 목축법이 실제로 토양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소를 기르는 것은 반드시 생태적으로 파괴적인 행위라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세간에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유엔 보고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8%를 고기 생산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소 목장의 환경 영향에 대한 대중적 시각을 돌려놓는다. 유기농 목축을 옹호하는 저자의 관점은 초원 생태학과 토지 사용을 둘러싼 농업 정치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녀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초원은 중요한 생태 자원이며 다양한 생물 종의 원천이다. 동시에 강력한 탄소 흡수원이자 반추 초식동물과 공진화한 토양 보존 생태계이다. 초식동물을 방목하지 않으면 초원은 생물 다양성을 상실하고 천천히 숲으로 변한다. 소에게는 풀이 필요하고, 풀은 소가 있어야 한다. 반추 초식동물을 방목함으로써 생물 다양성, 탄소 격리, 침식 방지, 물 여과 등 초원 생태계의 환경적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동시에 인간은 거의 무용지물인 풀을 통해 소고기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우리의 식단에서 소고기를 제거한다면 매년 수천 톤의 표토를 잃고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를 돌이킬 수 없이 희생하면서 더 많은 초원이 농경지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때 생태학자들이 ‘복원 불가’ 판정을 내렸던 메마르고 헐벗은 지역들이

물이 풍부하고 동식물이 넘쳐나는 비옥한 땅으로 변했다. 생물 다양성이 급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핵심에는 소가 있었다. (75쪽)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쇠고기 소비와 관련된 건강 문제를 분석한다. 지난 세기에 걸친 미국 식단의 통계적 경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양 전문가들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과도한 육류 소비와 대중적으로 연관된 만성 질환은 설탕 소비량이 증가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비만과 퇴행성 질환을 일으킨다는 오랜 사회적 과학적 신조가 최근 서서히 빛을 잃고 있다. 일부 연구는 쇠고기와 건강의 부정적인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다른 많은 연구는 이를 반박한다. 포화지방과 붉은 육류의 소비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지만, 심장병과 비만의 비율은 증가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저자는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가 균형 잡힌 식단의 기초가 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소고기는 열량의 주요 원천이자 중요한 미량 영양소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고기’에 초점을 맞춘 상당한 양의 연구 결과이자 변론서의 형식을 취하여 매우 학술적으로 읽힌다. 방대한 인용 자료와 더불어 책 뒷부분에 제시된 미주만 45쪽에 이른다. 변론에 집중한 나머지 그림, 사진, 도표 등의 통계나 시각 자료 없이 문자가 가득하고 온갖 수치와 추이를 오로지 설명으로 일관하여 시각에 예민한 독자라면 뻑뻑해진 눈을 잠시 쉬어가고픈 충동을 느낄지 모르겠다. 소고기를 변호한다는 전제는 확실히 야심 찬 일이며, 그 결과물은 유익하고 전반적으로 연구가 잘 이루어졌다. 그러나 주장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저자의 요점은 어느 정도 초점이 약해지는 느낌이다. 각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 적어지면서 때로 입문 단계의 조사 과정으로 다가온다. 내용상 이 책의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었고, 각각의 주제를 여러 권으로 분리하여 다루어도 좋았을 것이다. 저자의 화법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대안적 식량 시스템의 하나로 소를 변론하는데 데 필요한 개념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였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범위 이상의 미묘한 방법으로 식량 체계의 영향력을 생각하게 만든다.

 

끝으로, 소고기를 위한 변론의 가장 큰 논점은 소비자의 현실적인 태도다.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모든 소고기를 유기농 풀로 키워 소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키면서 유기농 소고기의 건강상 이익을 홍보하자는 것도 아니다. 소고기는 산업화 시대 이전 오랫동안 효과적인 먹거리였으나 오늘날 생태학적 퇴화와 만성 및 퇴행성 질병의 확산, 세계적인 식량 불안 등이 전 지구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맞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다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It‘s not the cow, it‘s the how).“ 채식주의자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의 생태 발자국과 식생활의 미래를 생각하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훌륭한 읽을거리이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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