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주제나 소재를 막론하고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제목처럼 패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 온 국제 ‘선수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름이 한두 번 스쳐 지나가듯 언급되는 데 대해 살짝 섭섭한 나머지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일 거란 짐작은 개인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이 선수들이 경쟁을 벌여온 패권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자는 육지-바다-하늘-인터넷으로 형성되며 변화해온 세계사의 주 무대 형성을 주도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질서의 중심축에 있는 나라를 패권 세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육지 패권의 시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농경민, 목축민, 상인, 기마 유목민 등 다양한 계층의 주인공이 등장하며 페르시아와 로마 제국, 중국 전국시대 왕조, 이슬람의 압바스 왕조를 거쳐 몽골제국까지 이어집니다. 이어 바다의 패권은 해상교역과 식민지 확장 위주로 450년간 군림했던 주연 영국과 조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현재에 와서는 하늘의 패권을 두고 신흥강자 미국과 전통고수 중국이 용호상박의
스토이즘을 전공한 철학 교수가 일반 독자들을 겨냥하여 매우 간결한 스토이즘 안내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시중에 스토이즘에 관한 많은 책과 기사들이 넘쳐나긴 하지만 불행히도 이들이 종종 철학을 고리타분한 논리학 정도로 잘못 인식시키는 바람에 철학 서적을 강력한 수면 유도제로 변신시키고는 하지요. 그러나 저자는 스토이즘에 대한 주된 오해를 직설적이고 권위 있게 다루면서도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아마 무덤 속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이 책의 가벼운 분량에 고마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일이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지 돌아보거나 혹은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는 부분이 있었는지 한 번쯤은 물어보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렵고 힘들수록 철학이 답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스토이즘이 우리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책방 서가에 스토이즘 관련 서적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스토이즘 철학자들은 정확히 무엇을 말했던 걸까요? 저자는 로마 스토익의 거두인 세네카, 에픽테투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핵심적인 생각을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엮어 그들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일단 세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면역학의 역사와 기초를 이해하고, 무너진 면역체계의 위험성을 깨우치며, 마음이 따뜻한 괜찮은 의사를 알게 된다. 대부분 내용은 의학적 발견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복잡한 임상 치료법으로 가득하지만, 두꺼운 분량에 비해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독자들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성을 기울여 설명한다. 그는 스포츠, 전쟁, 경찰 등 설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와 적절한 은유와 직유를 사용하여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이 점차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독자에게 이 책은 의학전문 학술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면역 및 자가 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임을 상기시키고자 저자는 제이슨, 린다, 메러디스, 밥 네 명 환자들의 치료 여정을 나누어 담아내고 있다. 그는 또한 산뜻한 유머를 자유로이 구사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그의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관심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면역학 분야가 닭 한 마리로부터 유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유머에 거부감을 느낄 독자는 거의 없지 싶다.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이요! 夏雲多奇峯(하운다기봉)이라.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요!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이라. 따뜻한 봄날 녹은 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차고, 뜨거운 여름날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에 가득차네! 높은 가을 달은 밝은 빛을 휘날리고, 추운 겨울 봉우리엔 외로운 소나무가 너무 아름답도다.
회사의 아침 회의에서 멀쩡하게 얘기를 주고받던 중, 정전으로 화면이 꺼지는 텔레비전처럼 나도 모르게 앉은 채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회의가 지루해서 졸고 있는 줄 알았을 겁니다. 1분쯤 지나 정신을 차려 보니 바로 위 직급의 상사가 쯧쯧 혀를 차며 비웃듯 이렇게 말합니다. “도대체 그런 형편없는 체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꼭 동생 같아서 아끼는 마음에 한 소리랍니다. 글쎄요, 친동생이라면 어디가 아픈지부터 물어봤겠죠. 아침 일찍 열린 거래처 기술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업무상 필요하니 듣기는 하는데 문과 출신이라 어려운 기술용어는 외국어나 한가지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움직이느라 긴장이 풀리면서 덥고 답답하고 어둑한 강당 구석에서 잠시 졸고 말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사장님이 조용히 저를 불러내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거래처 직원들 다 보는데 졸음이 오나? 만약 나한테 권총이 있었다면 바로 쏴 죽였을 거야!” 그에게는 직원의 상태보다 거래처의 눈에 비치는 대표의 체면이 더 중요했을 겁니다. 사장님이 졸았더라도 거래가 끊기거나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는 기면증
새해 덕담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죠! 화기치상(和氣致祥)과 길상여의(吉祥如意) 화기치상은 서로 다른 기운들이 화합하여 좋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모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해서 가정과 회사 모두 좋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길상여의 좋고 좋은 일들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글입니다. 새해에는 생각하는 모든 좋은 일들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2023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식을 바라는 집에는 자식이 생기고,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회사는 돈을 많이 버시고, 우리나라가 최고의 지성을 갖춘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나은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막 상경한 듯, 주머니에 단돈 10만 원뿐인 초라한 행색의 사내가 강남 버스터미널에서 전화로 택배 일자리를 얻는다. 그가 맡게 된 택배 구역의 동네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된다. - 사실 이 바닥이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죠. -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죠. (16p) 택배기사를 구인하던 택배업체 사장 바나나 형님과의 첫 통화를 보면 그는 몸을 써서 살아가는 삶의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건사할 만한 능력과 생각을 지닌 그로서는 적어도 정신세계만큼은 아직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된다는 것. 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 (70p) 비 오는 날 배송 물품의 포장이 물에 젖었다며 안 받겠다고 갑질하는 옷가게 사장을 그는 이런 생각으로 바라본다. 갑과 을을 지나 병이 정을 하대하는 환경에서도 그는 스스로 돼지와 동급이 되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작품이 점점 흥미롭게 다가온다. -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 이런 걸 착취라 하고, 눈 뜨고 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