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이 느껴질 때, 우리는 병원을 찾아 원인을 규명하려 든다. 간단한 혈액과 소변부터 시작하여 심전도, X선, CT, 그래도 안 되면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까지 동원한다. 원인을 찾으면 치료할 방법이 있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자신만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인을 해치면 사회와 격리되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회악적인 존재가 된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만나 1,000건 이상의 범죄를 조사하고 증인으로 활동하는 법의학 심리학자이다. 범죄 행위를 일으킨 사람들의 정신적 장애를 파헤치면서, 그는 인간의 건강하고도 파괴적인 힘의 원동력으로 ‘다이모닉daimonic’ 개념을 사용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대변하는 이것은 누구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으로 잔혹함과 숭고함이 함께 존재하는 역설적인 잠재력, 다이모닉의 개념을 소개한다. 이 용어의 기원은 그리스어 다이몬(사람을 이끄는 작은 신)과 라틴어 데몬(정신)에서
지금 인공지능 실험실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 누군가가 실리콘 회로를 융합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뇌를 전기로 자극해 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 한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뇌의 뉴런이 생각, 감정,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의식은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일 것이다. 지금까지 뇌에 관한 지식이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우리는 뇌가 우리에게 어떻게 일몰을 즐기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마음과 자유의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여전히 도발적인 질문이다. 만약 이 신비로운 과정들이 제대로 설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이 두뇌 시스템을 연구하여 우리의 정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낸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뇌는 심장이나 위장처럼 인체의 여러 기관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언제 심장이 뛰고 언제 위에서 담즙이 분비되는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 예측되는 존재라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인가 아니
어느 촌뜨기가 머리에 털 나고 처음 미국 땅을 밟던 2016년 여름, 시애틀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출국 수속 중 급한(?) 일을 보느라 일행에게 가방을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서로 미루느라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약 10분 정도 통로에 방치된 상태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덩그러니 놓인 가방 옆에 자동소총을 든 공항 경비대원이 서 있고 웬 탐지견이 내 가방 주위를 킁킁대고 있는 게 아닌가. 가방 주인을 알아본 그가 ‘그 가방이 당신 것이냐’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건 폭탄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의례적 절차이니 너무 개의치 말라고 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가방을 ‘경호’해 주어서 고맙다고 농담을 건넸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순간, 테러에 극히 민감해하는 강대국의 역설적인 현실과 냉방도 시원찮고 비좁아 인천 공항에 비하면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시애틀 공항이 겹쳐 보이면서, 미국도 별거 없네 싶었다. 미국, 그러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21세기를 사는 지금, 미국 사회를 서부 개척시대의 연장선에 놓고 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엄격한 법치가 엄격히 적용되므로 공권력이 막강하고, 인디언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생명의 시작은 무엇이며 자아 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수록 이런 ‘거대한 질문’으로 삶의 의미를 묻는 책을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묻는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서정적이고 읽어볼 만한 토론 거리를 제시한다. 다른 많은 과학 입문서와는 달리, 이 책은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보다는 의도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담으려 한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을 일반적인 용어로 탐구할 뿐이다. 저자는 매일 별의 먼지와 열역학 법칙을 다루는 과학자이자, 해먹에 누워 별을 곰곰이 생각하는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는 대부분 명성을 얻었으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전작 "메인의 섬에서 별을 찾아서"에 이어 이 책에서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먼지만도 못한 인간의 위치를 다시 돌아본다. 과학과 인간다움을 선사 받은 우리는 또다시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 무(無)에 관하여 우리가 다른 인간들에게 부여하는 초월적이고, 비물질적이며, 오래가는 자질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컴퓨터로 만들어진 세계와 같은 착각이다. 우리 인류가 마음
인생 백세 시대에 오십이면 이제 겨우 전반전을 치렀을 뿐인데, 오십 대 중년 남성들은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한 가닥 내로라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버티느라 이미 지쳐있다. 우리 낀 세대의 애환은 직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로하신 부모 세대와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뒷바라지가 한창인데 배우자와 본인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두 번 가라면 세상 하직하겠다던 군대 생활과 국제금융 외환위기로 살벌했던 구조조정 여파에도 살아남았던 백전노장 역전의 용사들 아닌가? 평생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왔건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꼰대 취급당하며 퇴직을 종용당하기 일쑤다. 퇴근길에 만취하여 지구대에서 오늘도 대충 수습하는 올드보이 오대수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흔히 퇴직해서 잘 풀려봐야 치킨집 아니면 고깃집이고, 그나마 자영업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기는 더 어렵다고 한다. 한국형 뫼비우스 띠에는 직장인의 로망은 백수이고 백수의 로망은 직장인이라 적혀있다. 전쟁터였던 직장을 벗어나면 나을 줄 알았더니 바깥은 지옥이라 했던가. 곧 퇴직을 통보 당할 처지는 아니지만, 불과 수년 후면 내게도 똑같은 상황이 뻔히 닥쳐올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이며 다른 어떤 종의 생명체도 해내지 못한 문명을 이루어 지구라는 별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게 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1.3Kg에 불과한 인간의 장기인 두뇌 덕분이며 그 중에도 일등공신은 ’대뇌피질‘이라고 생각해왔다. 인류학으로 유명한 이상희 박사가 저술한 ’인류의 기원‘에 따르면 인류의 두뇌 용량이 급격히 커진 시기는 사냥기술의 발달로 대량의 단백질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 때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각설하고, 이처럼 위대한 존재로 부각된 인간의 두뇌에 만일 이상이 생겨 인간답게 살기 어렵게 된다면 어찌 될까. 환자 H.M.을 통해 저자는 영화 ’메멘토‘의 직접적인 제작 동기이기도 했던 기억 상실증에 관한 흥미로운 그러나 심지어는 기괴하고 비참할 수도 있는, 그늘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의학계의 두뇌연구 역사를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는 책상에 앉아 가벼운 손놀림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만 하면 두뇌의 어느 특정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대략적이나마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그러한 정보가 어떠한 경로로 시각화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 본 적은
작년에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결성한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배드민턴에 입문하게 되었다. 본래 취미 활동에는 별도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다행히도 학교 환경이라 언제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근사한 체육관과 무슨 운동이든 최소 고수인 체육 선생님들의 친절 자상한 지도 덕분에 지금은 어설프나마 규칙에 따른 복식 경기를 즐기고 있다. 첫날 장난감 같은 학생용 라켓을 빌려 쓰다가 신발과 라켓만큼은 꼭 제대로 된 것을 갖춰야 한다는 권유에 따라 하나둘 마련해 제법 구색도 갖추었다. 살다 보니 때로는 팔랑귀가 이렇게 좋은 면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라켓 그립을 갈아 끼우거나 바닥에 떨어진 셔틀을 허리 구부려 줍지 않아도 라켓으로 떠올리는 간단한 마술(?)을 흉내 내기도 한다. 여세를 몰아 이번 학기 클럽 활동으로 배드민턴반을 결성했더니 수용 가능한 인원을 한참 넘기고 말았다. 세상 좋은 건 애들이 먼저 안다더니 대체 이까짓 배드민턴이 뭐라고…. 이 책은 배드민턴 경기를 본격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 제격인 전술 안내서이다. 사실 이제 겨우 하이클리어 자세가 잡혀가는 얼뜨기 동호회원 필자에게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모처럼 보너스를 받아 두둑해진 지갑에 기분 좋다고 소고기를 사 먹고 있는데, 소고기가 인체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윤리적 육식’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듣고 있자니 젓가락이 점점 무거워진다. 내가 번 돈으로 맛난 소고기 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겠다는데 이렇게 마음이 불편해서야 되겠나. 어떻게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싶어진다. 소고기, 오해하지 마~?! 최근까지 우리는 붉은 육류, 특히 소고기의 섭취가 사람에게 심장병과 암을 유발하고 육류 생산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특히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에 익숙해져 왔다. 환경과 건강 측면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지만, 주류 언론과 환경 분야 전문가들 심지어 저명한 과학자들의 거듭된 주장에 일종의 정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쇠고기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생태학적 인식과 건강을 의식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오랜 공감대가 있다. 소를 키우고 쇠고기를 공급하는 과정부터 자원 소비적이며 생물학적 폐기물과 탄소를 포함한 다양한 부정적인 부산물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소고기에 포함된 각종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역시 비만에서 심장병에 이르는 모든 만성
우리 교육 현실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다만 용쓸 뿐이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농담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최근 교육계에 닥친 변화의 추세보다 앞으로 더욱 더 빠르고 폭넓게 다가올 변화에 공감한다면, 우리는 교육을 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공감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 그럼 과연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바라볼 것인가? GIST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의 교육 문제를 효율성, 형평성, 타당성의 세 가지 기준에서 교육의 현주소와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그는 그가 가르쳤던 <교육의 경제학> 수업과 지식 채널 EBSⓔ 강의에서 진행했던 내용 위에 완전히 새롭고 종합적인 자료와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한다. 똑똑한 전문가가 입시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이익을 추구한다. (33쪽) 이 책은 전체 4부 11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교육이라는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장 낮은
우리는 살면서 이따금 자신의 귀가 매우 얇다거나 팔랑귀라는 힐난을 듣는다. 남의 말에 혹해서 곧잘 속아 넘어가거나 근거 없는 소문, 광고,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종종 금전적 손해를 비롯한 사기를 당하거나 사람을 잃기도 하고, 자기 소신을 믿는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제 꾀에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 매우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이상한 믿음에 자신을 가두거나 자발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거두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대체 왜 이런 걸까? 우리에게는 각자 신성한 소(sacred cow), 즉 ‘비논리적으로 맹신하며 반대되는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 생각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누구나 이러한 영역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은 항상 옳으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려 들지 않는 성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강력한 해법은 회의론자들과 맹신자들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고 거기서 새로이 연관성을 찾는 것이며, 저자들은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가는 길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과학은 논리 및 철학과 결합되어 있다. 논리와 철학은 적어도 내부 모순이 전혀 없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무언가를 진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