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불만백(生年不滿百) 작가미상(作家未詳) 생년불만백 상회천세우(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백년도 못사는 인생 늘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산다 주단고야장 하불병촉유(晝短苦夜長 何不秉燭遊) 낮은 짧고 밤은 길어 괴로운데 어찌 촛불을 밝히고 놀지 않겠는가? 위락당급시 하능대내자(爲樂當及時 何能待來玆( 즐기는 것도 마땅히 때에 이르러 행하여야 하니 어찌 능히 내년을 기다리겠는가? 우자애석비 단위후세치(愚者愛惜費 但爲後世嗤) 어리석은 사람은 비용을 아끼지만 한갓 후세의 비웃음거리만 될 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잊지 말고 되놈(중국) 되(다시) 나온다, 조선사람, 조심하자’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나라 해방 이후 혼란하던 정국에 유행했다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나라 이름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사와 두운(頭韻)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가사의 핵심은 결국 외세의 위협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립 자강을 이루자는 데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이 와중에도 계란판 원자재 생산으로 국내 판매 부수 1위라는 모 신문사의 기사에서는 쉼표 하나를 없애 ‘조선사람들이여, 그러니 이제 조심합시다.’라는 의미를 마치 제삼자가 말하는 양 ‘조선사람을 경계하자’로 오도하고 있다. ‘일본놈 일어난다’라고 가사를 고치는 참으로 꼼꼼하고 정갈한 수법으로 이웃 섬나라의 대변지 역할에 충실하니 그들의 눈물이 나는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어릴 적 세계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러 이웃 국가들이 있으며 좋든 싫든 그들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 이래로 우리는 왜 늘 ‘선진국’ 따라잡기와 흉내 내기에 바빴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세계 음악계를 주도하는 BTS와 수준급 코로나 방역 덕택에 우리가 바로
누구나 인간은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죽습니다. 공수래 공수거는 인생의 덧없음을 빈손으로 표현한 것으로 살면서 아무리 많은 재산을 모아도, 권력의 정점에 앉았어도 결국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 죽기 때문에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살지 말고 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김연자씨가 부른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Amor Fati는 라틴어로 영어로 "love of fate", 우리 말로 하면,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는 위대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영원한 회귀(eternal recurrence)"의 결론인 동시에 프랑스 철학자 알버트 까뮤 그의 엣세이 "시지프스의 신화(The myth of Sisyphus)"에도 니체와 비슷한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그리스의 스토어학파가 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이 삶의 이상"이라는 표현이 아모르 파티와 맞닺아 있습니다. 다시 김연자씨의 아모르 파티로 돌아와서 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공수래 공수거를 가장 잘 설명한 구절입니다. 오
1. 구직의 추억 1990년대 유명 일간지에 실리던 구인광고는 대개 구직자에게 ‘이사주 지참 내사요’를 요구했다. 구직자가 이력서와 사진,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업체로 가서 면접을 보곤 했다. 지명도와 규모를 갖춘 대기업은 별도의 입사 시험을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하였고, 당해연도 주요 대기업의 선발 인원수가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다. 당시는 대졸자에게 취업이 거의 보장되던 산업화 시대의 끝물이었고, 유명한 모 기업에서는 인사 담당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면접 장소에 역술인이 주요 패널로 활약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잘 버티고 오래도록 살아남는 건 입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요즘은 고용인이 근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당한 업무나 처우에 항의는커녕 합리적인 의심과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던 분위기였는, 정도의 차이일 뿐 아직도 퇴사 의사 따위는 종종 상사에게 개기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는구나 싶다. 2. 저자 박소연은 누구? 2018년 <지필문학> 신인문학상과 함께 등단한 저자는 국무총리상을 받을 만큼 똑소리 나는 회사형 인간이었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
'토사구팽'은 중국을 통일한 유방이 전쟁 영웅 한신을 잡아 들이자, 한신이 한탄하면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기 때문에 '토사구팽'이 한신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알기 쉽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신보다 더 이전 세대 사람이었던 춘추시대 월나라의 군사 범려의 말에서 유래했다. 오나라를 평정한 월나라 왕인 구천은 평소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신하인 구천이 전쟁이 끝난 후 범려를 포함한 전쟁공신을 죽일 것을 미리 예측한 범려가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권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 교활(狡猾)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좋은 사냥개도 삶아 먹고, 비조진양궁장(⾶⿃盡良⼸藏) 하늘을 나는 새를 다 잡고 나니 좋은 활도 구석에 처박히며, 적국파모신망(敵國破謀⾂亡) 적국(敵國)을 깨고 나면 지혜(智慧)로운 신하(⾂下)가 죽는다더니 천하이정 아고팽망(天下已定 我固當烹) 천하(天下)가 평정(平定)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삶아지는구나.
“네 말은 왜 늘 부정적인 거냐?” 20년쯤 전 일이다. 업무차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협력사의 엔지니어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었다. 거의 반년 정도 매일 이른 아침 호텔에서 차에 태워 종일 현장 일을 같이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이 터울도 많지 않은 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친구의 입에서 필자의 부정적 언사가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뭔가 아차 싶었다. 세상에, 내 말이 그렇게 부정적이었다고? 이 책을 받아 든 바로 그날도 필자는 사소한 일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던지듯 내뱉는 말투로 당신은 이런저런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바보짓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 헛똑똑이는 안타깝게도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말은 곧 생각의 표현이라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말투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이를 재건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어설픈 표현력 그리고 때와
대풍가(大風歌) 大風起兮雲飛揚(대풍기혜운비양) 큰 바람 부니 구름이 하늘을 떨쳐 날리네 威加海內兮歸故鄕(위가해내혜귀고향) 대장부의 위엄을 이 세상에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네 安得猛士兮守四方(안득맹사혜수사방) 어떻게 용맹한 군사들을 얻어 천하를 지킬까
이 책은 어느 실존 인물의 전기이자 역사소설이다. 전반부는 표준화된 잉크 얼룩을 정신분석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로르샤흐 시험'을 개발한 스위스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의 전기다. 그의 시험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인 1922년 그는 안타깝게도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후반부는 그의 사후 로르샤흐 시험이 심리학 분야에 미친 역사를 다룬 것으로, 그 유효성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 시험의 대중적 인기는 그 후 몇 년 동안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었으며, 이 시험의 옹호자들과 비판자들 사이에 의견의 양극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헤르만 로르샤흐는 상당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보인다. 사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를 많이 닮기는 했다. 20세기 초반의 스위스 정신과 의사라면 구태의연하고 이상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외골수 성격일 것이라 짐작해서였을까? 그는 첫눈에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인물로 작품 곳곳에서 묘사된다. 그는 특히 여성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던 시대에도 여성의 권리를 옹호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러시아 출신의 스위스 의사와 결혼함으로써 지적인 여성에 대한 감
和項王歌(화항왕가) 우미인(虞美人) 漢兵已略地(한병이략지) 한나라 병사가 이미 초나라 땅을 노략질했네 四方楚歌聲(사방초가성) 사면에 초나라 노랫소리 大王意氣盡(대왕의기진) 대왕은 의기 다하였으니 賤妾何聊生(천첩하료생) 천한 이 몸 어찌 살아남으리오
우리가 현대 세계를 맨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더 많은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38%가 매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이는 정신 질환 경험자로 보고된 전 세계 대학생의 35%와 유사하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거의 5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88,000명과 알코올 중독 사망자 약 50,000명의 수치는 별개다. 모든 진화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꼭 일만 하다가 죽도록 진화된 느낌이다. 만약 삶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목표에 가장 부적합하게 적응한 존재일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정신의학은 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의외로 가장 느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의료진들과 달리 자신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생물학적 검사 절차를 밟지 않는다. 사실, 정신과 진단의 전반적 개념은 골치 아픈 사안이기도 해서 수십 년 동안 정신과 치료에 큰 진전이 없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조차도 정신 질환을 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