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씨유신문=김대중 기자] "제가 무슨 대단한 투사라서 나선 게 아닙니다. 3년을 성실히 일했고, 나라에서 내라는 세금 단 한 번도 거른 적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자리를 잃고 찾아간 국가는 저를 '소득 증빙 불가자'라며 찬밥 취급했습니다. 이게 제가 믿었던 대한민국 고용보험의 민낯입니까?"
강원도 춘천의 매서운 칼바람보다 더 차가운 행정의 벽 앞에 선 송인영(가명) 씨. 그녀는 지금 대한민국 3만 8천 명 캐디를 대표해 '국가'라는 거대한 벽에 균열을 내고 있다.
본지는 국내 캐디 최초로 고용보험 결정 불복 심사청구를 제기한 송 씨를 만나 그날의 생생한 기록과 결연한 의지를 들어봤다.
■ "홈택스 기록은 장식인가요?"... 행정의 불통에 녹음기 켠 사연
송 씨는 실업급여 신청 당시를 떠올리며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지참한 홈택스 과세 자료에는 월 평균 365만 원의 소득이 명확히 찍혀 있었다. 하지만 고용센터 담당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담당자는 제 스마트폰 속 증거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법전에 적힌 '고시 금액' 페이지를 들이밀며 '이게 법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법 자체가 잘못되었고, 누군가는 이 침묵을 깨야 한다는 것을요." 송 씨가 당시 상황을 녹음하기 시작한 이유다.
■ "성실 신고가 오히려 '독'이 되는 기막힌 현실"
송 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역차별'이다. 현행 시스템에선 세금을 꼬박꼬박 낸 성실 캐디나, 소득을 숨긴 캐디나 똑같이 최저 수준의 고시 금액을 적용받는다.
"세금은 번 대로 다 떼어가면서, 혜택을 줄 때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한 취급을 합니다. 국가가 캐디들에게 '앞으로 세금 신고하지 마라'고 등 떠미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이건 성실하게 산 사람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 "깜깜했던 겨울, 고용보험은 안전망이 아닌 '뒤통수'였다"
골프장 리뉴얼로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송 씨에게 지난 겨울은 잔혹했다. 3년을 몸담았던 직장이 문을 닫고 재취업도 막막한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고용보험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의 '뒤통수'를 쳤다.
"나라가 최소한의 안전망은 되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고 나니 제가 소득 신고를 거짓으로 한 사람인 양 취급받았습니다. 눈앞이 깜깜해지더군요. 저처럼 찬밥 신세로 쫓겨날 수만 명의 동료를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 "심사청구는 시작일 뿐... 위헌소송까지 갈 것"
송 씨는 이번 심사청구가 기각되더라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반을 근거로 한 헌법소원까지 준비 중이다.
"언제까지 수년 전 만들어진 낡은 고시안에 우리를 가둘 건가요? 시대가 바뀌었고 우리 소득은 투명해졌습니다. 법이 시대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 법을 바꿔야 합니다. 저는 끝까지 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