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에 앞서, 먼저 이 땅의 수많은 이명 증상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함께하는 심정임을 밝힌다. 필자는 2019년 연말쯤부터 귀에서 매미가 우는 듯한 고음의 금속성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활동하던 드럼 동호회에서 송년 모임으로 7080 카페를 찾았는데, 마침 빈자리가 없어 대형 스피커 앞자리에 앉아야 했다. 평소 마이크를 붙잡고 악쓰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그곳은 그런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로 뒤편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테러하는 순간, 이명의 스위치가 켜지더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증상의 여파로 다른 사람들의 발음이 자주 헷갈리게 들려서 의사소통이 불편해지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무엇보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 코까지 골며 잠시 눈을 붙여야 할 만큼 신체의 피로도가 급증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이 증상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좀 무모한 일도 시도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룬 업적(?)이 바로 연간 100편의 서평 쓰기였다. 최근에는 고음만 들리던 증상에 이어 저음의 울림까지 추가되어 고맙게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새로이 들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딸랑거리는
중국 송나라 시절, 야부도천(冶父道川, '야보도천'이라고도 함) 선사가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중에서 나온 말이다.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티끌이 일어 나지 않고 月輪穿沼水無痕(월륜천소수무흔) 휘영천 둥근 달이 연못을 파도 물에는 아무 흔적이 남지 않네 야부도천 선사의 또 다른 선시를 감상해 보자. 得樹攀枝未足奇(득수반지미족기) 나뭇가지에 매달려 기어 오르려고 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懸崖撒手丈夫兒(현애철수장부아) 벼랑 끝에 매달린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고 할 것이다. 水寒夜冷魚難覓(수한야냉어난멱) 물도 차고 밤도 차가운데 고기마저 오지 않고 留得空船載月歸(유득공선재월귀)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가는구나.
이 책은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가 의식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출발한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란 유기체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조건인 항상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일련의 발달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항상성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단순한 생명체에도 적용되며, 의식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약간 생소하고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 ‘사물의 이상한 순서’ 등 그의 전작들을 마저 읽어본다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이 그의 전작들에서 이미 언급된 것들의 요약에 가깝고 내용이 덜 상세하며 제공되는 정보와 사례도 적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느낌은 마음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마음이 속한 유기체 내부의 생명 상태를 알려준다. 또한 느낌은 그 마음이 느낌의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느낌의 기능. 119쪽)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인간의 마음을 일컫는 다른 이름, 즉 ‘의식’과 그 진화이다. 그는 개미와 벌에게 일종의 의식을 부여하고, ‘비인간을 멸
채약홀미로(採藥忽迷路) - 율곡 채약홀미로(採藥忽迷路) 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으니 천산추엽리(千⼭秋葉裡) 천여 산봉우리가 가을 잎 속에 있구나 산승급수귀(⼭僧汲⽔歸) 스님이 물을 긷고 돌아가니 임말다연기(林末茶烟起) 수풀 끝 쪽에서는 차 끌이는 연기가 오르네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 李白(이백) 夫天地者萬物之逆旅(부천지자만물지역려) 무릇 천지라는 것은 만물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요! 光陰者百代之過客(광음자백대지과객) 덧없는 세월은 영원히 헤매는 나그네로다
이 책은 주로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열두 명의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2008년 12월 ‘탐독사행’이라는 책 읽는 모임을 결성하고, 도서의 특정 분야나 주도적인 진행자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각자 읽은 책의 서평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서평 대상은 참가자들이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읽기를 미루었던 일반 교양부터 인문, 사회, 경제, 역사, 예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특히 전공 이외의 분야임이 강조되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에서 비롯된 열두 저자의 다양한 시각과 문체에 있다. 이 12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연의 일치랄까 예수와 최후의 만찬을 함께 했던 그의 제자들처럼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사제관계가 대부분이고, 탐독사행 모임 역시 사제관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일상과 철학 사이, 2장은 내 마음의 온도, 3장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한다는 주제로 서평이 4개씩 엮여있다. 심오한 철학과 역사부터 다채로운 신변잡기에 이르기까지 소재가 다양하여 읽는 재미가 찰지다. 박사 학위를 기본으로 하는 독서 모임
신성한 소(Sacred Cow) (특히 부당하게)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 관습, 제도 -옥스퍼드 영어사전 우리나라는 최근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하여 유례없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맛보고 있다. 초근목피와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조부모 세대와는 딴판으로 선진국 수준에 어울리는 육류 소비량 덕택에 젊은 세대의 신장과 체격은 확실히 좋아졌다. 배고프던 과거와는 달리 육식 소비량이 너무 많으니 줄여야 한다, 또는 육식을 끊고 완전한 채식을 해야 건강하다는 둥 요즘은 잘 먹는 것보다 살찌기 쉬운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티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다. 이제는 육식에 대한 영양, 환경 그리고 윤리적 차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끼니 대신 과체중을 걱정하는 데 불과 70년 사이라니, 이만한 격세지감도 없지 싶다. 영양학자이자 저자인 다이애나 로저스는 유기농 채소 농장에서 가축을 키우고 있으며, 공저자인 롭 울프는 베스트셀러 ‘The Paleo Solution’의 작가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육식, 특히 소고기 문제에 대한 영양, 환경, 윤리의 세 가지 쟁점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4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