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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관련 법원 판결

[포씨유 법률 특집] 노캐디 골프장, 카트 사고 판결이 경고하는 것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노캐디(No-Caddie)' 시스템을 도입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습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고, 골프장 측에서는 인력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나온 한 판결은 이러한 운영 방식에 내재된 법적 책임과 위험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1. 사건의 개요: 평범한 라운드에서 벌어진 비극

 

사건은 2023년 9월, 경남의 한 노캐디 골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용객 B씨는 리모컨으로 골프 카트를 조작하던 중, 전방에서 통화하며 걷던 동반자 D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카트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D씨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D씨의 보험사가 치료비를 선지급한 후, 골프장의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고, 골프장 보험사는 다시 카트 운전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복잡한 법적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2. 판결의 내용: 골프장의 책임을 60%로 판단한 법원

 

이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민사3-3부(2024나321087)는 2025년 5월 29일, 사고의 책임을 골프장 60%, 운전자 40%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1심보다 골프장의 책임을 훨씬 무겁게 본 것으로, 그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골프장이 ▲이용객 모두에게 카트 리모컨 사용법과 안전 수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 ▲누가 카트를 운전할 것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점 ▲카트 주변에 사람이 있을 경우 경고음이 울리거나 작동을 멈추는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고객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카트에 안내 스티커를 붙여두는 것만으로는 골프장이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용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3.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 '셀프'는 '면책'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노캐디 골프장 운영에 대한 법원의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입니다.

 

첫째, 골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은 캐디의 유무와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캐디가 없기에 더욱 무겁게 요구됩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셀프 라운드라 할지라도, 시설과 장비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수익을 얻는 사업자인 골프장은 이용객의 안전을 지켜야 할 포괄적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둘째, 안전 교육과 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교육과 확인 절차, 그리고 기술적인 안전장치의 부재를 직접적인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유사한 사고 발생 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골프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트 리모컨과 같은 편리하지만 위험성을 내포한 장비를 운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최고 수준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4. 골프장이 유의해야 할 점: 캐디는 최고의 '안전 관리자'

 

이 판결은 역설적으로 숙련된 캐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골프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 의무적 안전 교육 강화: 라운드 시작 전, 모든 이용객을 대상으로 카트 조작법, 특히 리모컨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의무화하고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 운전자 지정 및 확인 제도 도입: 그룹별로 카트 운전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해당 운전자가 안전 교육을 이수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 안전장치 장착 의무화: 비용이 들더라도 충돌 방지 센서, 경고음 발생 장치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카트에 도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모두 갖추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캐디의 본질적인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디는 단순히 경기 보조원을 넘어, 코스 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움직이는 안전 관리자'입니다.

 

숙련된 캐디는 ▲카트의 안전한 운행과 주정차 ▲플레이어의 위치와 공의 방향 확인 ▲코스 내 위험 지역 고지 등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지적한 '골프장의 안전배려의무' 대부분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합니다.

 

결론적으로, 노캐디 시스템이 주는 비용 절감의 매력은 크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골프장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법적, 재정적 위험을 동반합니다. 이번 판결은 골프장이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외면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명백히 보여줍니다. 캐디 한 명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소모성 경비'가 아닌, 골프장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객의 안전'과 '사업의 안정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프로필 사진
조우성 변호사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컬럼 작성과 강의를 하며, 팟 캐스트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고전탑재'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및 법학대학원 수료
사법시험 33회
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소송부 파트너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분쟁조정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
법무법인 한중 파트너 변호사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자문 특별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내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
법률사무소 기업분쟁연구소(CDRI)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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